한국일보

북한의 정체성과 한반도 통일

2018-04-30 (월)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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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북미대화를 제시하고 남북회담과 교류가 활발해지며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부활하고 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필두로 진전된 남북교류가 다시금 활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통일은 사회 각 분야의 교류로 인한 이질감의 극복과 남북이 한민족이라는 공동체적 사고가 확대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하며 한민족 공동체 의식을 고양할 때만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나 정치적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동독과 서독이 이념체제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들의 왕래나 스포츠 교류 등 사회 전반적인 교류가 결국 이념의 벽을 무너뜨렸으며 독일통일의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럼에도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햇볕정책이 시간이 흐르며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이유는 북핵이 국제사회 최대이슈로 떠오르며 북한이 국가전략으로 핵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남한과 미국이 그들의 핵무기 실험에 대한 제재와 한미군사합동훈련의 강화 등으로 북한의 안전이 위협되자 남북교류는 물론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하는 등 강경정책을 고수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재개를 계기로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북미대화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가 북미 대화에 나섰을 때 비핵화 선언을 포장한 발언으로 미국의 환심을 산 후 평화조약 체결과 북미관계 정상화는 물론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미사일 방어체계의 철수를 끌어내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핵을 이용한 북한의 국가전술을 파악하지 못하고 북미대화를 추진할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함은 물론 그들의 요구에 휘말릴 위험이 높다.

이제 핵을 가진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것만큼이나 통일의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남북경제교류의 부재와 국제사회의 각종 경제제재에도 살아남을 만큼 자생력을 갖고 있다.

북한은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선두에 선 러시아와 중국을 배경으로 미국과 남한 그리고 주변국인 일본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한 북한이 경제력을 갖추고 국가경쟁력을 키울수록 남한과의 통일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결국 남한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형태의 흡수통일의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경제, 문화, 예술 교류 등으로 남북이 동질감을 회복해 간다 해도 북한이 스스로 독재체제를 포기하고 민주주의식 정치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한 정치적 의미의 통일 가능성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통일은 멀기만 한 듯 하지만 아주 가까운데서 갑작스럽게 이뤄질 수도 있기에 항시 비상사태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정부차원에서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과 사회각층의 다양한 접근과 교류가 조화를 이루며 북한 끌어안기에 전 국민이 힘과 뜻을 합해야 가능하다. 일례로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의 정책들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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