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분단을 밀어냈다

2018-04-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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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정상 ‘4ㆍ27 판문점 선언’평화 새출발

▶ 가을에 또 정상회담한다

한반도 분단을 밀어냈다
남한과 북한의 정상들이 65년 분단을 밀어내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출발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후 가진 선언문 발표에서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과 민족 염원인 통일을 우리 힘으로 이루기 위해 담대한 발걸음을 시작했다”고 천명했다. ★관련특집 본국지

이날 오전 9시 30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바로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두 손을 잡고 남과 북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펼친 뒤 하루를 동행하면서 한반도에 겹겹이 쌓인 분단과 대결을 떨쳐내고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을 뗐다.


이날 판문점에서 이뤄진 모든 순간은 분단 이후 최초로 기록됐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MD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사실 자체도, 국군 의장대도 사열도 처음이었다.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관리할 남북한의 통일ㆍ외교업무 수장 뿐 아니라 국방장관과 야전군 사령관까지 총출동해 남북 양 정상을 수행함으로써 평화 구축 의지를 뒷받침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날 서로 오간 군사분계선은 무의미해졌고 판문점에는 대결 대신 대화가 자리 잡았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 15분부터 각각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만 배석시킨 채 100분간의 회담을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친교를 위해 도보다리를 산책하면서 배석자 없는 사실상의 ‘단독 회담’을 30분간 가졌다.

세심하고도 배려가 깊은 문 대통령과 자유분방하면서도 호방한 김위원장은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 뒤 3개 장 13개 조항으로 이뤄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남북관계와 군사적 충돌방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비핵화 등 불안정한 평화를 종식하고 항구적 평화를 싹 틔우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며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된 것이 골자였다.

남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노력에 합의한 것은 1992년 1월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후 26년 만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당국회담 개최,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 8ㆍ15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담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이런 자리에서 기대하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그게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갖고도 좋은 결과에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회담 합의 이행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정기적 회담과 직통전화로 수시로 논의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판문점 선언의 이행상황을 남북 정상이 직접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해 합의 내용의 중간점검을 할 전망이다. 이 합의가 이행되면 한 해에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핫라인까지 어우러지며 양 정상간 긴밀한 소통채널을 갖추게 돼 정상이 직접 챙기는 남북관계가 가능해졌다.

선언을 이행할 국제적 환경 조성도 과제다. 특히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태도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며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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