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구 친필휘호 ‘광명정대’ 기부

2018-04-26 (목)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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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럴웨이 한인 김태식씨, 임시정부 기념관에 기증키로

김구 친필휘호 ‘광명정대’ 기부
페더럴웨이의 한인노인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휘호를 한국정부에 기증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김태식(83)씨다.
김씨는 백범의 ‘光明正大’(광명정대) 휘호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시애틀총영사관을 통해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김씨가 ‘언행이 떳떳하고 정당하다’는 뜻의 이 백범 친필휘호를 소장하게 된 사연은 김구 선생이 서거하기 전인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의 큰할아버지는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김형진씨다. 그는 1896년 중국 동삼성의 김이언 의병부대에 김구 선생과 함께 참여해 초산•위원 등지에서 포수를 모집해 독립운동을 했다. 김형진씨는 일본군을 공격해 탈취한 무기를 의병들에게 지급하고 강계성을 향해 진격하다가 실패했다. 일본인 살해혐의로 백범과 함께 체포령이 내려졌으나 무사히 전북 금구로 귀향했다. 1898년 2월 27일 동학의 접주(接主)로 발령받고 금구 일대에서 활동하다 일경에 체포돼 고문 끝에 사망했다. 한국정부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김형진씨의 손자이자 김태식씨의 사촌형인 김용식씨는 백범이 서거하기 전 그의 비서였다. 백ㅁ은 서거 1년전 친필휘호 ‘광명정대’를 김용식씨에게 선사했다.

김태식씨가 서울에서 살았던 1960년대 김용식씨가 찾아와 이 친필휘호를 선물로 줬고 김태식씨는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이를 가져와 계속 소장했다.

김씨는 백범이 김형진씨의 후손 및 가족들과 찍은 사진도 보존하고 있다. 이 가족 사진은 김구의 ‘백범일지’에 게재된 사진과 동일하다.

김씨는 “LA에 자녀들이 살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났으니 이 휘호의 의미를 알겠느냐”며 “이를 임시정부 기념관에 기증해 진보-보수의 갈등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고국 국인들이 이를 보고 김구 선생의 구국애민정신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여년전 한국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에서 김구 선생의 친필휘호가 7,000만원으로 감정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며 “돈의 가치로 평가하는 것 보다는 일제하 독립운동 시절의 암울했던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 받는게 당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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