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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4월 1일의 부활절

2018-04-12 (목) 김문철 목사 /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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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국에서 살 때의 일인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새벽 잠에 빠져 있는 나를 막내누나가 내 방으로 찾아와 깨웠다. 누나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나는 잠결임에도 좋지 않은 예감에 벌떡 일어나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 “응, 꿈을 꾸었는데 너와 상관이 있어서 깨웠어” 라며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누나가 답한다. 나는 “무슨 꿈인데 그래?” 라며 꿈 이야기를 물었다. 누나가 꿈 이야기를 해 준다.

꿈 속에 내가 천국엘 갔어. 그런데 거기서 베드로 사도를 만났어. 베드로 뒤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는데 거기에 수많은 시계들이 걸려 있었지. 내가 베드로에게 “저 시계들이 뭐죠?” 라고 물었어. 베드로가 “저 시계는 사람들이 죄를 범한 비례대로 돌아가는 시계야” 라고 대답하는거야. 그러고 보니 시계 밑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고 각각의 시계는 돌아가는 속도가 다 달랐어. 나는 내 시계가 궁금해 한참을 걸려 찾았는데 생각보다 천천히 돌아가는거야. 한숨을 돌렸지. 그런데 네 시계도 궁금해서 베드로에게 네 이름을 대며 물었어. 그런데 베드로가 한참 생각하더니 “그 시계는 여기 없는데” 라고 대답하는거야. 나는 너무도 궁금해서 “그럼 내 동생 시계는 어디 있지요?” 라고 물었어. 그러자 베드로가 한참 생각하다가 “사실 그 시계는 지금 내 사무실에서 선풍기로 사용하고 있어” 라고 대답하는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누나를 바라보며 “그 이야기 하려고 이 시간에 날 깨웠어?” 라고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면서도 내 시계가 베드로 선풍기로 사용된다는 말에 괜히 섬뜩했다. 그런데 누나가 한마디 덧붙인다. “그러니까 너 누나 고만 좀 못살게 굴고 내 말 잘 들어 이 쨔샤!” 그리곤 “너 오늘 만우절인거 알지?” 라며 약 올린다.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고약한 만우절 경험이다.


흥미롭게도 올해 부활절은 4월 1일로 만우절이었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날이 만일 만우절이었다면 어떤 장난들이 오고 갔을까? 예수의 무덤을 찾아온 여인들에게 천사들이 “예수는 원래 죽지 않았었어” 라고 장난 쳤을까? 빈 무덤을 본 사람들에게 “예수의 시체를 제자들이 훔쳐갔어요” 라고 거짓말 했을까? 의심하는 도마에게 주님께서 창자국을 보여주시며 “사실 나 가짜야” 라고 농을 치셨을까?

그런데 이런 만우절급 소문들이 진짜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다. 그들에게 주님의 부활은 재앙이었다. 부활은 그들이 범하는 부정, 억압, 그리고 협박을 모두 사실로 폭로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종교적 기득권과 영광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활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활을 전하는 병사들에게 거금을 쥐어주며 예수의 제자들이 시체를 훔쳐갔다라고 거짓말하라고 한다. (마 28:13) 위증을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주님의 부활은 그들이 어떻게 조작하든 사실이었다. 여인들과 제자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나셔서 창자국까지 보여주시면서 확인시키셨기 때문이다. 결코 죽음이 생명을 지배할 수 없음을 증명하셨다. 그러기에 주님의 부활은 천국에서 더 이상 우리의 죄시계가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한다. 왜냐하면 부활은 용서, 사랑, 소망이기에 죄의 잔재인 두려움, 절망, 비교를 멸절시키기 때문이다.

오래 전 나의 막내 누나가 전한 꿈 이야기는 그야말로 소설이다. 전혀 부활의 메시지와 맞지 않다. 그냥 얄미운 동생을 골려주고 싶어서 만든 만우절 장난일 뿐이다. 주님은 죽음에서 살아나셨다! “부활이 거짓으로 판명났다” 라고 누군가 만우절 거짓말로 떠들어 대도 부활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영원히! 아멘 부활하신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김문철 목사 /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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