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술 없고 자금없어"… 구직길 막막

2018-04-10 (화) 07:37:59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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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직업 잃은 중·장년 재취업 길이 안보인다

▶ 창업 여의치 않고 단순 노동 찾기 힘들어

청년 실업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지만 중장년층들의 재취업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장년 인력이 갈만한 업체들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한인업계의 골깊은 불황 여파와 맞물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선 이들 중장년 한인들의 현황을 분석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엮어 본다.

<1>가속화되는 장기 실직 현상

“그간 적자에 허덕여 온 청과상을 과감히 접고 이리저리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지만 마땅한 일이 없네요, 벌써 6개월째 실직 생활을 하고 있는데 캄캄하기만 합니다.”(청과상을 닫고 구직 중인 최 모(46)씨)


“15년 넘게 다니던 지상사에서 올들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정리해고된 뒤 구인광고가 나오는 족족 이력서를 수 십장 넣었지만 나이 때문인지 면접기회도 잡아보지 못했습니다.(지상사에서 해고된 김모(51)씨)

“고생 끝에 인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이렇다 할 강사자리가 없어 결국 예전에 하던 어카운팅 일을 찾고 있는데 구직이 쉽지 않습니다. 이력서에 학력을 게재하면 아예 전화조차 오지 않아 요즘은 박사학위 소지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인문학 박사학위 소지 구직자 윤모(45)씨)

불경기의 긴 터널 속에서 실직한 뒤 재취업 전선에 나서는 중장년층 한인들이 갈수록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가 많은데다가 특별한 기술도 없고 막노동을 하자니 그것도 여의치 않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40~50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 더구나 자영업을 하고 싶어도 창업 자금이 없어 선뜻 나서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장년 한인 실직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을 그만 두는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없이 재취업할 수 있는 길은 갈수록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 까지만 해도 단순 노동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했던 청과 델리, 뷰티서플라이, 잡화, 수산 등 한인 주력 산업들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한인 중장년층의 재취업 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한번 직업을 잃은 중장년 한인들의 실직 또는 구직 기간은 대부분 짧게는 2~3개월에서 길게는 1년, 2년을 훌쩍 넘어서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이다.
한인 취업시장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장년층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같은 장기 실직 현상은 향후 한인사회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실직된 중장년층을 위한 한인사회의 대책은 단순 노동직을 소개해주는 직업소개소나 영어 교육 등 아직도 단순 직업 프로그램이외에 이렇다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

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KCS 뉴욕한인봉사센터 관계자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중장년층 한인 실직자 양산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한인사회에서는 이들을 받아 안아 줄 직업 교육기관이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무엇보다 이들 한인들을 위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전문화, 체계화시켜야 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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