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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오 거사가 들려준 수선회 참선 뒤 대화

2018-03-22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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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가는 말 공부되는 말

달오 거사가 들려준 수선회 참선 뒤 대화

수선회 회원들이 18일 아침 산호세 선방에서 참선을 하고 있다.

선(禪)을 닦는(修) 사람들의 모임 북가주수선회(Northern California Korean Zen Association /NCKZA, 회장 여경 보살)는 2006년 2월에 출범했다. 올해 3월로 13년째다. 산타클라라 대승사(당시 주지 정윤 스님) 법당에서 주 1회 참선모임을 갖다 이듬해 산호세에 선방을 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사이에 많은 단체들이 생겼다 없어졌다. 아니면 이름만 남았다. 사찰도 여럿 문을 닫았다.

수선회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뭐니 해도 참선의 묘미 혹은 마력일 것이다. 또 있다. 선을 닦는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다. 수선회 산파역이자 초대회장을 지낸 유인 거사는 몇 년째 한국에 가 있으면서도 지금껏 수선회와의 관계를 놓지 않고 있다. 뉴욕에 가 있는 학산 거사도, 한국에서의 직장생활과 미얀마에서의 수행생활을 거쳐 샌디에고로 거처를 옮긴 달오 거사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더, 참선 뒤에 이어지는 ‘공감가는 대화 공부되는 대화’ 역시 수선회의 생명력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 수선회 홈페이지에 적힌 대로 “(참선이) 끝나고 한 시간 정도 질문, 나눔, 차공양 등의 시간”이 그것이다. 개인적 용무로 북가주에 와 있는 달오 거사가 최근 참선모임 뒤 회원들과 나눈 대화를 "모든 회원들의 견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는 전제하에 요약정리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전자우편과 홈페이지를 통해 수선회와 산우회 회원들에게 돌려진 대화록에 소제목을 붙여 소개한다.


◇미국의 명상붐에 대한 진단 : 우리들도 놀랄 만큼 명상이 미국사회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을 많이 느낀다. county/city에서 하는 일 중에 명상관련 일이 흔히 있고 공무원들이 저항감이 없다. 재향군인병원(Veterans Hospital)에는 동양의학이 한 축이 되었고, 큰 병원들에 MBSR은 대부분 있고 의사들로부터 명상 처방을 받는 것을 주변에서 흔하게 보며, Healthcare system 속에 Mindfulness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본다. Apple, Google 등 웬만한 이름있는 기업에 명상이 필수로 잡아가고 있고, 삼성도 신입생 기본교육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여러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와 명상인구 증가 : 기업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경영의 방향이 예전의 주주의 이윤추구로 부터 이윤-삶의질-영성 & 사회적 책임들 사이들의 균형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매년 실리콘벨리에는 명상관련 event들이 열리고 기업가와 영성가가 모인다. 이런 쇼를 주관하는 회사가 있다(Wisdom 2.0 Conference라고 찾으면 금방 나온다). 우리 아이가 다녔던 공립 고등학교의 영어수업에서 교재들의 1/3 정도는 명상과 관련이 있는 문학작품들이었다. 아이들을 통해 듣는 말들로 볼 때 젊은이의 문화 속에 혹은 대화 속에 명상은 생소하지 않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 명상인구는 빠른 속도로 증가되고 있다.

2012년 현재 5.2%의 성년들은 명상을 평생 생활의 일부로, 4.1% 사람들은 1년 정도 명상을 몸과 마음 건강도구로 활용한 적이 있어 도합 9.3%의 사람들이 명상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US National Health Interview Survey (NHIS) 5년이 지난 지금은 더 증가했을 것이다. 최근 현대 물리학계에서는 사람의 인지/의식작용이 물질계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Simulation이론이나 System이론, Holographic Universe 이론들이 거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서, 인지작용, 영성, 고대 동양사상과 명상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계의 작가들에게 동양사상과 명상은 이미 수십년 자리잡은 기초이다.

◇수행을 통한 열린 마음의 중요성 : 자녀들이 자라서 성년이 되고 하면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자녀들이든 부모든, 잘 할 수 있는 일도 있는 반면 잘 못하는 일들도 많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서로에게 배우는 좋은 소통의 관계가 되도록 수행을 통해 열린 마음을 가져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배움이 있는 바람직한 소통 : 회원간의 소통에서도 열린 마음은 더없이 중요하다. 한 가지 방식과 분야를 고집해서도 안되며, 그런 고집하는 사람을 직접 비판하며 배격해서도 안된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솔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수행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념적 희론이 되거나 심하면 분열하고 화합이 깨어진다. 소통은 법륜 스님이 지도하는 정토회의 원칙처럼, 자기표현 위주로 하고 남의 말은 경청할 뿐 시비분별해서는 안되고, 거기서 반응하는 자기를 주시하면서, 배우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선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 현 명상모임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으며, 너무 애써서 개선하려고 하는 것도 집착의 한 모습일 뿐, 자연스럽게 올바른 일들이 일어나도록, 지속적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하게 할 일이다. 이미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임은 재미가 있어야 하고 유익해야 한다. 붓다를 만나고 그 가르침을 따르고 도반들과 의지하며 사는 것에 대해 깊은 이해와 감사가 있어야 한다. 새 시대에 맞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창의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정태수 기자/대화록 제공 : 달오 거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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