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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사 이전 첫삽을 떴다

2018-02-17 (토)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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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길로이 새터 임시법당 기공식

세계 IT산업의 심장 실리콘밸리지역에 한인들의 부처님 도량으로 개원한지 20년 2개월만이다. 창건주이자 초대 주지였던 정윤 스님이 열반에 든지 4년여만이다. 정윤 스님 뒤를 이어 설두 스님이 주지로 부임한지 근 4년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본사 해남 대흥사의 해외 1호 말사인 산타클라라 대승사가 산호세 남쪽 길로이 새 부지로 이전하기 위한 첫삽을 떴다.

주지 설두 스님을 비롯한 대승사 불자들은 11일(일) 산타클라라 법당에서 일요정기법회 겸 설날법회 뒤 떡국공양을 마치고 길로이의 새 부지로 이동해 임시법당 기공식을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리버모어 고성선원장 진월 스님과 지난 연말부터 약 2개월 예정으로 대승사에 머물고 있는 수산 스님 등이 함께했다.

임시법당은 3월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4월초부터 정기법회 주중참선 등 대승사의 모든 행사는 길로이 임시법당에서 진행된다. 정식법당은 주민공청회와 설계승인 등 소정의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간다.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올 여름에 착공해 연말 안에 완공한다는 목표다.


다소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봉행된 임시법당 기공식은 대형 탁자 위에 불상을 모셔놓고 과일과 시루떡 등 공양물을 정성스레 바친 뒤 바람막이 컵고깔을 씌워 향을 피우고서 시작됐다. 창고 겸 농장관리소가 있던 자리에서였다. 스님과 불자들은 두 손을 합창한 채 이전불사의 원만한 회향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천수경과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미리 준비해간 두 개의 경축 펼침막이 바람에 나부꼈다.

특유의 추진력으로 대승사 이전불사를 이끌어온 설두 스님은 기공식을 갖게 되기까지의 공을 “불자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돌린 뒤 “특히 강(관수) 거사님(법명 태산)이 저 하고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녔다”고 감사를 표했다. 불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스님은 이어 “(이전불사는) 정윤 스님과 저의 약속이 이제 지켜지는 것”이라며 “(정윤 스님과 저의) 만남도 짧았고 헤어짐도 짧았지만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 같고 그게 인연인 것 같다”고 회고했다.

진월 스님은 신라시대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 이야기를 들려주며 불자들의 합심으로 대승사 이전불사가 원만히 회향되기를 축원했다. 스님들과 불자들은 이어 한 줄로 나란히 서 임시법당 기공을 알리는 오색실 커팅을 하고 차례로 첫삽을 뜨는 의식을 했다.

대승사는 지난 1997년 11월부터 산타클라라 주택가에 자리잡았으나 경내가 다소 협소한데다 뜻하지 않은 민원으로 설두 스님 취임 직후부터 이전불사를 추진해왔다. 길로이 아웃렛 근처에 있는 새 부지는 총 13에이커로 그중 5에이커는 지난해 8월 매입했고, 나머지 8에이커는 지난달에 추가로 사들였다.

두 필지 다 평평한 사각형 밭이며 나란히 붙어있다. 특히 나중에 확보한 8에이커에는 마늘이 심어져 있는데 설두 스님은 당분간 그곳은 밭으로 임대해줘 이전불사 비용압박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설두 스님은 ‘길로이 대승사’가 세대간 인종간 벽을 넘어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린 부처님 도량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하고 본격 전법의 역할은 역량있는 후임자에게 물려준다는 복안이다.

정식법당과 요새채 등 사찰의 기본골격이 완성되면 나이 든 불자들이 부처님 품 안에서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는 주거공간은 물론 수목장까지 마련한다는 것 또한 설두 스님의 ‘길로이 대승사 청사진’에 담겨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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