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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비트코인과 세금

2018-02-05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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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는데, 옆 자리에서 말싸움이 붙었다. 형 놀부는 세금보고를 하자고 하고, 동생 흥부는 왜 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세금 낼 것 내고, 속편하게 살자는 쪽은 놀부였다. 그러나 흥부는 남들도 안 내는 세금을 왜 우리만 내냐고 따졌다. 두 남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아예 동네방네 광고를 하고 있었다.

싸움의 내용을 들어보니, 그 형제들이 이번에 비트코인 팔아서 돈을 꽤 벌었나 보다. 돈은 같이 벌었지만 세금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주식 같은 것은 거의 모든 거래가 IRS로 보고가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세금보고를 해야 하지만, 코인 거래소는 아직 IRS 보고를 안 하는데, 왜 그것을 스스로 밝히냐? 이것이 흥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IRS가 알든 모르든, 일단 돈을 벌었으면 세금보고를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은 놀부의 주장이다. 누구 말이 맞을까?

크립토커런시(Cryptocurrency, 가상화폐, 암호화폐)도 주식처럼 세금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게 IRS가 지침을 발표한 것이 벌써 4년 전. 매년 IRS는 전 국민들의 개인세금보고 결과를 정리해서 공표하는데, 가장 최근 것인 2015년 통계를 보니, 802명만 가상화폐에서 돈 벌었다고 보고 했다. 그때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었을 때. 그런데 2017년은 가상화폐 거래의 폭풍이 불었던 해. 이제 IRS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칙은 아주 간단하다. 첫째, 돈을 벌었으면 세금보고를 해야 한다. 둘째, 첫째 원칙은 IRS가 알든 모르든 지켜야 한다. 취득 후 1년 내 처분했다면 일반 소득세율과 같다. 주급 받은 돈이나 비트코인 판 돈이나 구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1년 이상 갖고 있었다면 낮은 세율의 특혜를 받는다. 연방의 경우 최고가 23.8%. 물론 주정부 세금도 내야한다. 그것이 한국 코인 거래소에서 사고팔았어도 달라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Sch D, Form, 8949).

가만히 더 들어보니, 흥부가 억울하긴 하다. 흥부는 이번에 비트코인 판 돈을 전부 교회 건축헌금으로 냈단다. 그래서 세금보고를 하더라도 전부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세금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형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비트코인을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것과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 돈을 은행에서 찾아갖고 나오다가 소매치기를 당했어도 일단 양도소득은 보고가 되어야 한다. 하물며 건축헌금도 마찬가지다. 세금보고의 초점은 돈을 쓰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것임을 잊지 말자.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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