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409일 만에, 8개 재판 중 첫 선고
▶ 재판부 “헌법 위배,반성 없어” 질타
▶ 비화폰 삭제 혐의 등 대부분 유죄 판단
▶ 유죄 선고에 얼굴 붉어진 윤 “즉각 항소”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등이다. 12·3 불법 계엄 선포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8개 형사재판 중 가장 먼저 나온 사법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자신의 안위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경호처 공무원을 사실상 사병화했다"고 질타한 뒤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계엄 선포 이후 409일 만이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 ‘비화폰 삭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남용해 적법한 영장을 저지하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형번호 ‘3617' 명찰을 달고 오후 2시 2분 흰색 와이셔츠에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59분간 이어진 선고 시간, 그는 눈을 자주 깜빡이고 입술을 달싹이며 침을 바르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눈빛도 자주 흔들렸다. 재판부가 핵심 공소 사실을 차례로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의 얼굴은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일으켜 세운 재판부가 징역 5년을 선고할 때 표정은 오히려 변화가 없었다.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7월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를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사후 계엄 선포문 허위 작성 및 폐기 △허위 내용 외신 공보 지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비화폰 통신기록 삭제 지시의 5개 쟁점으로 분류한 뒤 유무죄를 따졌다. 대부분 혐의가 유죄였고, 무죄는 허위공문서 행사 등 극히 일부였다.
재판부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 ‘체포영장의 불법성' 등을 판단하면서 윤 전 대통령 측이 내세운 방어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 내란우두머리 수사에 착수했는데,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직접' 연결되는 만큼 관련성이 인정돼 관련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서울서부지법에서 받은 대통령실에 대한 영장도 “적법했다"고 설명했다. 국무위원들의 심의 참여 배제 혐의도 “심의권 침해로 봐야 한다"며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사후에 작성된 계엄 선포문은 허위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이를 행사하지 않고 폐기한 점을 들어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비상계엄 해제 뒤 대통령실 외신 대변인 등에게 “비상계엄은 정당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배포하도록 한 직권남용 혐의도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비서관에게는 전달 요청을 받은 입장문의 사실관계까지 가려야 할 의무나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끝내 반성하지 않는 태도 역시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구체적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할 뿐,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재판부가 이날 ‘국무회의 심의권'과 ‘체포방해' 혐의에 내린 판단은 공범으로 기소된 대통령경호처 관계자 등 관련 사건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재판부는 다만 ‘계엄 자체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결론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신 “비상계엄은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는 지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이 끝난 뒤 “유죄 판결 논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어떤 대통령도 위기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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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진·장수현·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