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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TimesUp

2018-01-18 (목)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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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골든글로브 수상식에서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수상소감이 전 미국을 열광시키고 있다. 약 9분 정도의 그녀의 수상소감은 (Cecil B. Demille, 평생 공로상) 처음부터 잘 준비된 연설문처럼 탄탄했다. 연설을 듣던 유명 배우들은 인종과 성별을 가릴 것 없이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나 역시 뭉클함을 숨길 수 없었다.

오프라는 소감의 핵심부로 가면서 “진리를 말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무기다” 라고 포문을 연다. 1944년 백인들에게 납치되어 성폭행으로 희생되었던 Recy Taylor 를 언급하며 그런 포악함조차 용인했던 당시의 불의함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이제 그런 시대는 (성폭력, 차별, 갑질 등의 허용) 끝났다고 웅변하며 “Time is Up” 을 외친다. 그리곤 최근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Me Too” 운동도 언급하며 이 지구상에 더 이상의 “Me Too”가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Me Too” 는 작년 타임 (Time) 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던 침묵을 깬 사람들 (Silence Breakers) 을 가리키는 것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불의에 항거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프라 연설 이후 해시태그 #MeToo 에 이어 #TimesUp 이 메스콤과 SNS 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녀의 연설에 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한다는 의미다. 놀랍게도 오프라의 연설식장에 참석한 백인 남녀들이 거침 없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다. 왜? 진리에는 남녀와 인종에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라는 불의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포용과 화해적이다. 나아가 오늘의 “Me Too”가 있기까지 영향을 미친 남녀 유명인들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의를 위해 희생과 헌신한 수 많은 감추어진 인물들의 공로를 잊지 말자며 그들을 자랑스러워한다. 오프라가 경계선 없이 대중적 지지를 받는 이유다.


나는 인간의 죄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땅에 불의는 여전히 요동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Time is up”을 외쳐도 여전히 “Me too”를 외쳐야만 할 상황들이 세계 곳곳에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죄에 대한 자각조차 못하는 현상도 여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백인 우월주의, 남존여비 문화, 유대 선민주의, 카스트 제도와 같은 것들이 쉽게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그런 악들은“Me too”를 양산할 뿐 아니라 아예 “Me too”를 외치는 자체를 금하게 만드는 악의 덩어리들이다. 그런 악 덩어리에게“Time is up”을 외친다고 그들이 고개를 끄덕일까? 오히려 조롱하지 않을까? 그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라고 죄악을 방관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라고 믿는다. 죄악에 대한 침묵은 비겁이고 비열이다. 그러기에 죄악은“Me too”와 같은 용기로 고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고발에 화해와 포용이 동반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복음은 악을 물리치기에 충분한 능력을 의미한다. 그 능력의 복음은 항상 진리와 은혜를 동반한다. 은혜 없는 진리는 도덕주의로 치우친다. 반대로 진리 없는 은혜는 방종주의로 치우친다. 책임있는 은혜와 사랑 담긴 진리가 동반된다면 능력이다.

나는 오프라의 연설에서 왠지 진리와 은혜가 동시에 느껴졌다.“Me too”는 더 이상 없다며 “Time is up”을 외치는 그녀의 웅변에 묵직한 진리가 전달되었다. 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녀의 겸손과, 포용과, 화해의 태도가 보일 때에는 은혜가 전달되었다. 감동으로 뭉클했다. 오프라의 연설에서 능력이 되는 복음의 향기가 느껴져 감사했다.
오프라의“TimesUp”이 전세계로 들불처럼 퍼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녀의 말처럼 더 이상의 “Me Too” 가 이 세상에 필요 없기를 바란다. 그 일을 위해 모든 사람이 그런 일이 없도록 불의로 부터 서로를 지켜주는 진리와 서로를 사랑하고 품어주는 은혜가 동반되면 더더욱 좋겠다. 죄악은 심판하지만 용서와 사랑으로 가득한 십자가 은혜처럼!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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