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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비트코인

2017-12-28 (목)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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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비트코인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자꾸 언론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7년 전, 플로리다에 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핸예츠라는 사람은 비트코인 일 만개로 피자 두 판을 시켜 먹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실제 물건값을 지급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명을 가진 사람이 발견해서 이듬해 모든 이에게 정보를 공유한 인터넷상의 암호화된 화폐이자 금융 결제 수단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보안기술을 활용해서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보관하고, 정부나 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의 간섭 없이 비트코인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일대일로 거래를 일으키는 말 그대로 가상 화폐입니다.

지난 10년여 꾸준히 사용되더니 현재는 세계 곳곳에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최근에는 극심한 투기 조짐까지 보입니다. 물론 무한정 판이 커지지 않도록 2100만의 비트코인 발행치를 정해 놓았지만, 각각의 금액을 최소 단위로 분할 가능하기에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 강력한 보안체계라고 불리지만, 누구나 관여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갖고 있기에 해킹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금융 결제나 거래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 주식 거래하듯이 사고팔면서 단기 차익의 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대일 거래 방식이어서 개인 간에 사고파는 가격만 맞으면 인터넷상에서 즉시 체결됩니다. 가격 변동 폭이 하루에 20%를 넘길 때도 있습니다.

만 불을 투자해서 비트코인을 구입했다면 하루에 2천 불의 손익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의 비트코인 거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답니다. 돈을 놓고 돈을 먹는 투기로 변질될까 심히 우려됩니다. 게다가 50-60대 은퇴자를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위장한 사기까지 판을 치고 있다니 큰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로리다의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 일 만개로 피자를 사지 않고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십 년도 안돼서 일억천만불 이상의 재산가가 되었을 테니 비트코인에 한번 발을 담그면 그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의 모든 것을 허락하셨지만, 동산 한 가운데 있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생명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하나님처럼 될 수 있다는 뱀의 꼬임에 넘어가서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납니다. 교활한 사단이 아담과 이브로 하여금 선악과를 따먹게 함으로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가진 것보다 갖지 않은 것,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 주어진 것보다 뭔가 파격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유혹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래 인간의 본성에 침투한 것 같습니다.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이 되려는 아담의 욕심과 비트코인을 사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의 탐욕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이 너무 심한 비유가 될는지요!

목회자 남편을 둔 아내는 언제나 센트까지 살펴 가면서 물건을 삽니다. 때로는 개스 값이 더 들것 같은데도 세일하는 물건을 찾아가고 정말 ‘작은동전(비트코인)’ 하나만 아껴도 얼굴이 금세 밝아집니다. 제 아내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센트까지 아껴가면서 한 해를 살았습니다. 아니 평생 작은 동전을 아끼면서 자식을 뒷바라지했고 힘겨운 이민 생활을 견뎠습니다.

돌아보면 이것이 우리의 자랑입니다. 비트코인 열풍을 쫓아서 땀흘리지 않고 몇십 배의 이익을 만들어내려는 욕심이나,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처럼 되려는 인간의 교만은 쳐다보지도 않고, 한 땀 한 땀 수놓듯이 한 해를 살아온 우리가 최고로 부자입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시용 목사/ 샌프란시스코 참빛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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