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온다. 교회의 한 해 중 가장 분주한 때다. 바쁘기로는 부활절도 만만치는 않지만, 성탄절은 지나간 한 해를 마감하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는 연말시즌에 위치하기에, 그 어느 절기들보다 더 바쁠 수밖에 없다. 다만 속이 좀 상하는 건, 성탄절의 참 의미를 묵상하는 보람된 일로써가 아닌, 성탄절 이외의 것들로 분주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난 1년 중 성탄절이 가장 좋다. 오가는 선물, 반짝이는 장식, 은은히 울려 퍼지는 캐럴 등과 같은 환경적 요소들 때문이 아니다. 이 성탄절엔, 기독교가 말하고자 하는 구원론적 본질인 ‘복음’을 가장 리얼하게 깨달을 수 있어서다. 또 우리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긍휼의 마음이 어떤 건가를, 아들 그리스도의 강림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확증 받을 수 있어서다. 노엘~ 노엘~ 평화의 왕이 오셨네! 제 아무리 왕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흔적을 지워내 버리려고 갖은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예를 들어, 고전적인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해피 홀리데이’로 바꾸려고 기를 쓰는 모습 같은 것),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다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 것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이 기쁨, 이때 더 강렬히 느낄 수 있으니 어찌 안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멋진 성탄절에 정말 ‘복음 같은’ 소리들만 우리 귀에 들린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조국 북쪽에서는 연일 미사일을 쏴 댄다. 낚싯배가 뒤집혀 아까운 목숨들이 세상을 떠난다. 세계 곳곳에 재난의 상흔들이 즐비하다. 또 미국서는 여기저기서 해대는 총질에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간다. 아무튼 성탄절의 기쁨과는 전혀 무관한, 슬픈 얘기들이 우리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넘버원을 꼽으라면 내게 그건 한국의 한 대형교회 비리 사건이다. 굳이 익명이나 이니셜(M교회)을 쓰지 않겠다. 알 사람 다 아니까. 명성교회 목사 부자 세습이다. 이미 비판할 만한 사람들은 충분히 다 했고, 그들의 그 비판 속에 이 사건의 궁극적인 문제점이 다 드러났기에 거기다 나의 ‘또 하나’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얘기를 꺼냈으니 한 마디만 거든다면 내 비판논리는 이것이다. “그냥 안 하면 된다!” 그냥 안 하면 될 걸 왜 굳이 해가지고 이 난리법석을 만드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잘 안다. 이 일을 해야만 하는 그들의 갖은 수사적 이유들 말이다. 이게 성경적으로 왜 틀린 것이냐, 교회가 우선이다 교회부터 살려야 한다, 이건 교회 살리기 위해 우리 부자 목회자가 되레 희생하는 거다, 우리교회가 투표해서 합법적으로 하는 건데 왜 밖에서 그 난리들이냐, 이런 게 그 이유들이다. 그러다가, 이 모든 수사법들로는 안 되겠으니까 마지막 최선의 싱글 이유를 내놓기도 한다. 최후통첩으로 그 마지막 이유를 대면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죄송하지만, 그런데도 이해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다시 하는 말이다. 그냥 안 하면 된다.
주관적으로 제 아무리 타당한 근거를 확보했다 해도, 기독교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들은 그 어떤 것이라도 그냥 안 하면 될 것이다. 주관적 신앙의 많은 부분들이 반드시 공교회와 세상의 객관적인 검증을 통과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주관성으로부터, 그리스도의 의를 세우고 그의 교회의 덕을 세우는 데 치명적일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리스도가 산다. 그리스도가 살면 교회가 살고, 교회가 살면 내가 산다.
그간 목회해오면서 드물지 않게 봐온 사실이다. 사람들은 결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는 것이다. 더불어, 역시 드물지 않게 봐온 또 하나의 사실은, 의외로 많은 신앙인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거기다가 자꾸 신앙의 옷을 입히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대로 할 거면서 그 뒤에다 “괄호 열고” 성경구절들을 써 넣는다. 솔직히, 이럴 때 좀 역겹다. 괄호 연다고 다 타당해질까? 아니다.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않는다는 성경구절 모르는가?
이토록 좋은 우리 주님 오신 날, 쓴소리 하는 내 처지가 좀 궁색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그냥 안 하면 된다!”(물론 그들은 이미 해버렸지만). 결론적으로, 할 것 안 할 것 잘 분별하는 교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 목사’의 성탄절 쓴소리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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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