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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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칼럼] 내것이 아무것도 없이 될 때

2017-11-30 (목) 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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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친구가 보내준 ‘잎달력(매일 한장씩 떼 내는 벽달력에 내가 붙인 이름)은 미국에선 구하기 힘든 것이요, 옛날 시골에서 벽에 붙였던 기억이 새로워 지며 향수에 젖어 들기도 했다. 네모난 칸만 드려다 보다 한달이 다가면 뜯어내기 보다, 매일 한장씩 떼 내면, 하루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허무감, 또 새날이 시작 될때는 오늘이 내 여생의 첫번째 날이라 생각하며 가장 알차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으로 큰 날짜를 쳐다보며, 24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보내기 위해 시간표를 그날 그날 만들며 보냈다.

좀 오래된 얘기지만, 일생을 65년 정도로 보고 평생사용하는 시간을 대충 계산해 보면 일하는 시간 23년, 잠자는 시간 20년, 식사시간 7년, 길에서 보내는 시간 5년, 옷입고 꾸미는 시간 5년, 화내는 시간 5년, 전화통화 1년, 잡담 70일, 웃는 시간 89일 등으로 분류되었단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고 나도 가능하면 낭비가 없도록 무척 애를 써보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누구 말 마따나 생노병사의 인생 드라마 후반기에 들어선 사람들에겐 에너지가 없어 하고 싶은 일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 몸이 내 맘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살아 있는 것을, 그리고 금년도 여기까지 온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시간을 최대한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쓸려고 노력할 뿐이다.


특히 금년 후반기에 주위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자연재해와 총기사건으로 무참하게 생명을 잃고, 집이 하루사이에 완전히 불타버려 갈곳이 없이 되어버린 수만명의 이재민 얘기를 들으며 나야말로 행운아 중 행운아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허리케인 하비, 어마, 마리아가 몰고온 기록적 폭우와 홍수 이야기는 멀리 동부 얘기니 차치하고라도, 가까이에서 17개의 산더미 같은 산불들이 나파와 소노마 등 8개 카운티를 휩쓸고 초토화 시키며, 수천채의 가옥이 전소되고,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명의 이재민들이 갑자기 집을 잃고 대피소에서, 호텔에서, 친지집에서 언제 집을 구할지 모르는 슬픔속에 잠겨 있는 상황이다.

피해가 가장 심한 산타로사에서는 시니어 모빌홈팍에 화마가 덮쳐 160채 트레일러 거의 모두가 소실되었다니, 고령인 주민들의 앞이 더 캄캄할 것이다. 집주인들은 피땀흘려 평생을 집장만 하느라 애쓰면서 정작 집에서 앉아 안일함을 누릴까 했었는데 하루 아침에 불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소유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내것인줄 알았던 집과 재산이 내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노자가 말했던 “재물을 지나치게 아끼면 반듯이 낭비하게 되고 재물을 많이 간직하면 크게 잃게 된다”는 말 속에서도 재물이나 재산은 언젠가는 없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았던가!

세계적 문호 괴테도 일찍이 이점을 터득하고, 그의 시 ‘재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내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 나의 영혼으로부터 흘러나오는 / 막힘 없는 생각과…/…/ 모든 호의 적인 순간들만이 나의 차지이다.”

또 한달이 채 안되어 연속으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어떤가? 공연장에서, 교회에서 아무영문도 모르게 날아온 총알에 수십명이 죽어가고 수백명이 중경상을 입는 일, 내 생명마저 내것이 아니라 언제 느닷없이 잃어버릴지 모르는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 또 우리 조국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폭탄 공습에 국민의 수십만의 생명이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위기속에 살고 있다.

하룻밤 자고 나면 또 무슨일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속에 하루하루를 사는 우리는 금년을 통해 얻는 교훈이 있다면, 내것(재산이나 목숨까지도)은 아무것도 없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누가복음 12:16-20에 나오는 어리석은 부자 이야기가 이점을 꼭 집어 말한다. 현대말로 성공해서 재물과 집에 만족해 있는 그에게 예수님은 “바로 오늘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을 것이다. 그러면 네 장만한 것이 누구것이 되겠느냐?”

풍요함에 도취되어 있는 이 사람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 모든 것을 다 잃는 종말이 자기에게 언제인가 닥쳐올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살았던 것이다. 누가 말한대로, 아는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느날 죽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세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 어디를 가는지, 어디서 가는지 또 어떻게 가는지는 모른다”

금년을 보내며, 한가지 분명한 진리, “내 소유(집,재산,내목숨까지도)가 아무것도 없어질 때”가 온다는 것을 체득하고이 순간 생명 있음을 감사하며 평안한 마음으로 금년을 마무리하자!아듀! 2017!

<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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