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암 종류따라 맞춤형 제조·투약, 부작용 거의 없는 차세대 치료법
▶ 다국적 제약사에 주도권 내줄 판
# 지난 2015년 12월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93)는 간에서 뇌로 전이된 흑색종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완치 선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던 카터 전 대통령은 신규 항암제 효과에 힘입어 기적처럼 회생했다.
# 2012년 7세였던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모든 치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CAR-T’라는 유전자재조합 세포치료제의 초기 임상에 참여한 에밀리는 극적으로 회복해 얼마 전 열두 살이 됐다.
나이·성별·암 종류도 완전히 달랐던 두 사람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준 것은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암 치료법이다.
독한 화학물질이나 방사능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와 달리 우리 몸속의 면역시스템을 조절해 암을 박멸하는 이 치료법은 부작용이 적은 것은 물론 강력한 항암효과를 보여 암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의 뛰어난 치료 효과에 일찌감치 주목한 글로벌 과학·산업계는 ‘암 정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BI헬스는 면역항암제 시장이 연평균 23.9%씩 성장해 오는 2025년 758억달러(약 9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면역억제 신호를 조절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관문억제제 관련 글로벌 임상시험은 불과 6~7년 만에 1,000건을 훌쩍 넘어섰고 CAR-T 관련 임상도 200여건이나 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에 대한 국내의 주목도는 ‘CAR-T’ 관련 임상이 한 건도 없을 정도로 낮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류가 될 차세대 항암제의 주도권을 놓칠 경우 경제적 타격은 물론 국내 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장은 “2025년이 되면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면역치료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금처럼 손 놓고 있다가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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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