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경제칼럼/돈은 그렇게 버는게 아니다

2017-10-16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크게 작게
흥부와 놀부가 내기 골프를 쳤다. 매 홀마다 앞 홀의 2배로 내기 금액을 올리기로 했다. 그래서 첫 홀은 1달러, 두 번째 홀은 2달러, 세 번째 홀은 4달러, 그리고 네 번째 홀은 8달러. 그렇게 두 배씩 올리면서 절반을 돌았을 때, 즉 9번째 홀이 되었을 때, 내기 금액은 256달러까지 올라갔다.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드디어 맨 마지막 18홀. 내기 금액은 얼마까지 올라갔을까? 자그마치, 131,072달러. 단 돈 1달러가 13만 달러로 불어났다. 이것이 복리의 마술이고, 레버리지의 기적이다.

욕조에서 ‘유레카(알아내다)’라고 외쳤다는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그는 충분히 긴 막대와 받침대만 있으면 지구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왕 앞에서 장담했다고 한다. 지렛대가 무엇인가?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도구다. 이 지렛대 원리를 응용한 것이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다.


레버리지란 다른 사람의 돈을 빌려서(지렛대로 발판 삼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투자기법이다. 부동산 투자를 보자. 흥부는 자기 돈 100달러만 갖고 건물을 샀다. 그러나 놀부는 은행 융자 100달러(레버리지)를 합쳐서 200달러짜리 건물을 샀다. 자, 이제 부동산이 전체적으로 10% 올랐다고 가정하자. 흥부는 10달러 밖에 못 벌었지만, 놀부는 20달러 가까이를 벌었다. 돈을 벌고 싶은가. 그러면 적절한 타인자본(레버리지) 활용과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레버리지가 이렇게 타인의 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시간, 타인의 노동, 그리고 타인의 지식과 타인의 네트워크. 그 모든 것에 적용되고, 부자들은 그것을 잘 활용한다. 회계사로 30년. 지금까지 많은 부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공통점중 하나는 사람을 참 잘 부린다는 것. 충분한 수수료를 내고, 회계사에게 맡겨야겠다고 결정한 부분은 싹둑 잘라서 완전히 맡겨버린다. 은행에 이자를 내고 돈을 빌려서 수익을 높이는 것처럼, 회계사에게 충분한 수수료를 내고 그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을 때, 그것이 레버리지다.

가장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적은 돈을 벌며, 가장 많은 일을 하면서 산다. 그는 사장에게, 사장은 자본주에게 레버리지를 당한다. 그렇게 레버리지를 당하면서 평생을 살 것인가. 근근이 살 수는 있겠지만, 큰돈은 못 모은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하면서 살아야 한다. 받침대를 찾고, 지렛대를 준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돈, 시간, 노동, 지식, 네트워크. 그 모든 것이 지렛대가 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 올리려는 확실한 대상을 찾는 일이겠지만.

<문주한 공인회계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