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결에 뛰쳐나가 호텔로 친척집으로...”

2017-10-13 (금) 12:00:00 손수락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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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로사서만 한인 주택 9채 전소

▶ 페어필드 지역 한인들도 긴급대피

“잠결에 뛰쳐나가 호텔로 친척집으로...”

노스베이 장로교회 김영석 담임목사가 11일 산불을 피해 교회로모인 주민들에게 공급할 물과 라면 휴지 등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손수락 기자]

북가주 사상 최악의 산불로 한인들의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피해 규모가 큰 산타로사 지역에서만 한인 주택 9채가 전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산불로 자택이 불탄 장용희씨는 “내가 사는 산타로사 파운틴 그로브 지역의 피해가 컸다”면서 “몇분 거리에 있던 시어머니 집도 전소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잠결에 스마트폰과 지갑만 챙겨 급히 빠져나왔는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날라갔다”면서 “다행히 화재 보험에 가입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장씨는 “20년간 가꾼 집이 몇초만에 사라졌다”면서 “마음이 어수선하기만 하다”고 허탈해했다.

9일 새벽 2시경 대피령에 뛰쳐나와 현재 로너트 파크 호텔에 머물고 있는 피터 석 산타로사-제주자매도시위원장은 “우리집은 다행히 안전한 상태이나 전기, 개스 공급이 중단되고 연기가 차 있어 접근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지역 한인들은 호텔로 친척집으로 대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한 한인은 “지난 8일 밤 11시 30분경 막내딸이 깨워 2층에 올라가 보니 1마일 전방에 불길이 보여 입은 옷 그대로 빠져나왔다”면서 “서둘러 10분 거리의 자영업소에 잠시 머물다가 교회로 대피했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주택 전소 피해를 입은 그는 “평소 아끼던 사진과 가구 등 재산을 잃어 안타깝지만 40년전에도 무일푼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했었다”면서 “불의의 재난에도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번 산불과 관련해 조영수 산타로사한인장로교회 담임목사는 “주택 전소의 피해를 입은 산타로사 지역 한인은 9가정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어필드 웨스트 지역에 내려진 권고 대피령으로 11일 낮 서니베일 친척집으로 대피한 정모씨는 “불길과 직접 맞닥뜨리진 않았지만 휴교령, 권고 대피령이 내려지고 탄내가 진동해 몇가지 짐을 챙겨 부랴부랴 다급하게 내려왔다”면서 “밀피타스, 서니베일에 내려왔는데 여기도 역시 공기가 탁하다. 화재가 속히 진압돼 집으로 귀가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잠결에 뛰쳐나가 호텔로 친척집으로...”

산불로 한인들의 피해가 가장 큰 산타로사 파운틴 그로브 지역으로 가는 길(멘도시노 애비뉴)을 11일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화재 인근 산타로사 지역은 정전으로 인해 거리의 신호등이 꺼져 있고 대부분 상가의 문이 닫혀 있어 썰렁한 분위기다. [손수락 기자]



한편 지역한인교회들이 발벗고 산불 피해 한인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페탈루마 소재 노스베이장로교회(담임 김영석 목사)는 지난 8일밤 산불을 피해 나온 한인 45명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등 재난을 당한 주민들을 도왔다.

김영석 목사는 “9일 새벽 2시경 한 교인으로부터 산불을 피해 지역 주민들이 교회로 모이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황급히 나와 이들을 돕게 됐다”면서 “교인들과 힘을 모아 이불, 침낭을 마련하고 아침에는 쌀과 라면으로 식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노스베이장로교회에 산불 대피 주민들이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북가주세탁협회(회장 이화행)와 오클랜드 코리아나 플라자(대표 유병주) 등에서 쌀과 김, 김치 등을 전해왔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노스베이 장로교회에는 45명이 대피해 있었으나 친척과 보험사의 도움으로 호텔 등 숙소를 구해 떠나고 두 가정만 머물러 있다.

11일 샌프란시스코 이스트베이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몇일간 화재가 지속되면 실리콘밸리까지 연기가 퍼질 것으로 보인다.

<손수락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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