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한 성도의 고민·갈등, 교회는 전혀 몰랐다” 96%

2017-10-05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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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인 3명 중 1명“가족·지인 중에 자살”

▶ 자살충동 대처 미흡… 정신건강 상담 필요

“자살한 성도의 고민·갈등, 교회는 전혀 몰랐다” 96%

한인을 위한 정신건강 세미나가 열려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살은 기독교인에게 금기시 된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고 당연히 그 시작과 끝도 그리고 영원한 생명까지 하나님의 주권 사항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살이 안팎으로 불러일으키는 광풍이 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크리스천도 크게 예외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극심한 노인 빈곤율과 맞물려 노인의 자살 빈도는 급격히 치솟고 있다. 요즘에는 어린이와 틴에이저까지 자살 행렬에 가세한다.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밀집한 LA카운티의 정신건강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 사회의 자살률이 다른 커뮤니티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경쟁과 터무니없는 기대치에 시달리던 인생을 한순간 소리 없이 포기하는 한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도록 많다.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최근 크리스천을 상대로 자살 충동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르면 직접 목회를 하고 있는 담임목사 10명 중 무려 8명 꼴로 ‘자신의 교회는 자살 충동에 잘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담임목사들의 이와 같은 생각은 커다란 착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 이전에 교회를 찾아 도움을 받는 사람은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자살로 잃은 교인들 가운데 자살 피해자의 갈등을 목사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대답한 경우는 겨우 4%에 불과했다. 자살 케이스의 거의 전부가 교회가 알지도 못하는 새 진행되다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스캇 맥코넬 사무국장은 “교회의 의도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정신 건강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교회는 속수무책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연방 질병통제센터의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해만 4만4,000명 이상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특히 15세에서 34세 사이에서는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을 차지할 만큼 자살이 만연하고 있다. 이번 라이프웨이 조사에서는 예상 밖으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살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3명 중의 1명에 해당하는 32%가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자살로 죽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교인 가운데 76%는 ‘자살이 공동체의 심각한 현실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변에 자살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있다고 밝힌 기독교인 중에는 42%가 ‘가족이 자살했다’고 응답했으며 ‘친구’라고 답변한 교인은 37%로 나타났다. 또 직장 동료가 6%, 사회 친구가 5%, 같은 교회 성도가 2%, 기타가 8%를 차지했다.

더구나 자살한 사람 가운데 35%는 자살하기 직전 수개월 동안 적어도 몇 번씩 교회에 출석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그러나 이들의 고통과 갈등을 파악했던 목사 및 장로나 교인은 4%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한 사람 3명 중에서 1명이 죽기 전에 교회에 나가 마지막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이를 간파한 교인은 100명 중의 4명에 그쳤던 셈이다. 이는 교회의 몇몇 지도자의 문제로 국한될 게 아니라 오늘날 교회의 고질적인 구조적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실례로 지적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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