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형 총기사건 때 성경구절 의지 많다

2017-10-04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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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복음 16장33절’ ‘로마서 12장19절’ ‘시편 11편5절’많이 찾아

대형 총기사건 때 성경구절 의지 많다

미식축구 경기 관중이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 피해자를 위해 기도하자는 사인보드를 들고 있다. [AP]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를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성경의 시편 34편18절은 라스베가스 참극 이후 현실이 됐다. 60대 부유한 백인 남성이 호텔 스위트룸에서 수만 명의 콘서트 관중에게 총기를 난사한 이후 세상은 또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 와중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에게 기도하며 위로를 구하고 마음의 방향을 찾고 있다. 그리고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성경 구절이 바로 시편 34편18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일 특별성명에서 이 구절은 인용하면서 “이 말씀에서 안식을 구한다”며 “하나님은 애통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블게이트웨이’는 지난 1일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이 난 이후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대형 총기 사건 18건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의지한 성경 구절을 조사했다. 이들 사건 중에는 2007년 한인 청년이 벌인 버지니아공과대학 총격 사건부터 2012년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죽어 간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2015년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2016년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 등이 망라돼 있다.

‘바이블게이트’ 사이트는 연간 1억5,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대형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충격과 혼란에 고통스러워 할 때 이 사이트를 통해 가장 많이 읽은 성경 구절은 네 개였다. 시편 34편18절 이외에 세 구절은 다음과 같다.

‘이것을 너희에게 이르는 것은 너희로 내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 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요한복음 16장33절)‘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로마서 12장19절)‘여호와는 의인을 감찰하시고 악인과 폭력을 좋아하는 자를 마음에 미워하시도다.’ (시편 11편5절)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는 “시편의 여러 구절은 특히 기독교인들이 애도와 절망 속에서 가장 자주 구하는 말씀들”이라며 시편 7편9절과 9편9절, 23편4절 등도 목회자들이 대형 참극을 맞아 자주 인용하는 성경 구절이라고 소개했다.

성경 연구 전문가인 스티븐 스미스는 “비극적인 큰 사건이 터지고 나면 사람들은 계시적인 구절을 많이 찾는다”면서 “예를 들어 지난 2016년 댈러스 경찰 총격 사건 당시 ‘오픈바이블닷인포’(openbible.info)의 톱 검색어는 ‘폭력’과 ‘마지막 때의 징조’ 그리고 ‘세상의 종말’이었다”고 전했다.

퓨리서치가 올해 초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형 총기 사건에 대한 우려는 우선순위가 다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형 총기 사건’을 지적한 사람은 38%에 머물렀다. 이와 비교해 ‘테러’는 6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다음으로 ‘폭력 범죄’가 61%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백인 복음주의 교인들은 3분의1에 불과했는데, 이는 일반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것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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