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개혁 500주년… 발상지 유럽 탐방행렬 줄이어

2017-10-03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크게 작게

▶ 31일은 종교개혁기념일

▶ 한국 CBS서 3부작 다큐 제작, 루터의 유적과 사상 재조명…방송인 다니엘 “독일의 세종” 평

종교개혁 500주년… 발상지 유럽 탐방행렬 줄이어

남기평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최주훈 목사, 가수 제이미 스톤즈(왼쪽부터)가 제 작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올해 10월은 종교개혁 500주년의 달이다.

교회 밖에서 할로윈데이라고 요란을 떠는 오는 31일은 종교개혁기념일이며 며칠 앞서 29일은 종교개혁 기념 주일이다. 한해 동안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던 모든 집회와 행사가 절정에 이른다.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이벤트와 학술대회 등이 열리고 있다. 또 곳곳에서 종교개혁의 현장을 찾아 개신교의 탄생 의미를 되새기려는 순례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CBS 기독교방송이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3부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루터로드’를 제작했다. 3부작으로 꾸며진 이 프로는 다양한 방송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모국으로 시청자를 안내한다.

다니엘은 마르틴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 에르푸르트, 보름스 등을 여행하며 종교개혁이 오늘날 사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시청자들과 함께 숙고하게 된다. 이번 여정에는 중앙루터교회 최주훈 목사, 싱어송라이터 제이미 스톤즈, 한국 기독청년협의회 총무남기평 씨가 했다.

다니엘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서 ‘독일인 역할을 맡았다”며 “저도 잘 몰랐던 도시들을 가는 거라 머리를 비우고 갔다. 목사님 설명을 들으며 여행하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인간은 모르는 것을 잘 참지 못해 스스로 정보를 만든다. 그게 ‘선입견’이다. 답사하면서 인간으로서 반성을 많이 했다”며“ 또 마르틴 루터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프로테스탄트’로서 무언가 잘못됐을 때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은 유적지에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빗댄 감상평을 내놓는 등 지성과 섬세함을 동시에 자랑했다. 그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표준 독일어가 마련됐다는 이야기에 ‘루터는 독일의 세종대왕’이라고 맞장구치고, 루터가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던 은신처 바르트부르크성에서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에 유배됐을때 세한도를 그렸으니 이곳은 루터에게 제주같은 곳”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다큐에는 루터가 설계한 최초의 개신교 예배당 등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은 유적지를 살펴보는 재미, 공공성을 잃어가는 한국 대형교회의 민낯을 자성해볼 수 있는 계기도 담겨있다. 오는 13일과 20일, 27일에 1부 ‘돈과 권력’ , 2부 ‘말씀과 실천’ , 3부 ‘프로테스탄트’가 차례로 방송된다.

미주에서는 종교개혁 발상지 학습여행이 지난 9월11일부터 12박 13일에 걸쳐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프라하를 중심으로 실시됐다. 크리스천위클리 주최로 2015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 이 학습여행에는 LA를 비롯하여 하와이, 뉴욕 등지의 목회자와 평신도 23명이 참가했다.

런던에 있는 웨슬리 채플로 시작된 이번 여행은 찰스와 요한 웨슬리가 홀리클럽을 결성했던 옥스포드 대학교를 방문했다. ‘개신교의로마’라고 불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요한칼빈이 활동하던 쌩 피에르 교회당과 제네바대학의 종교개혁기념비를 방문하여 칼빈의 신학과 생애를 공부했다.

루터의 나라 독일에서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 발표된 성령교회, 황제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보름스 제국회의 유적지, 독일어 성경을 번역했던 바르트부르크 성, 수도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들어갔던 에르푸르트 어거스틴 수도원 등을 방문했다.

종교개혁의 요람이랄 수 있는 비텐베르크에서 루터의 생가, 교수로 활동했던 옛 비텐베르크 대학건물, 설교목사로 활동하던 시 교회,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인 성 교회 등을 돌며 루터의 생애와 그로부터 시작된 위대한 개신교 전통을 학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