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침례교 “인종차별에 반대” 변신 중

2017-09-28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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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군 상징 동상 철거요구

▶ 장군 이름 교회명 변경결정
교계 “용기 있는 결단” 환영

남침례교 “인종차별에 반대” 변신 중

인종차별 반대에 교회가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남침례교 한인 총회 모습.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은 축제 분위기에 달아올랐다. 더구나 10월31일이 종교개혁 기념일이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 세기 전도 안 되는 시절 독일의 루터교회는 히틀러 나치 정권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수치스러운 오점을 남겼다.

한국의 일부 목회자들이 가장 보수적인 신앙을 지키는 것처럼 선호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학교와 목회자들은 어떤가. 바로 이십 년 전만 해도 대부분 극렬한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해괴한 신학적 논리를 개발해 악명 높은 인종차별을 뒷받침했다.

21세기 들어 때아닌 인종차별이 미국을 아프게 하고 있다. 소위 바이블벨트라고 불릴 만큼 기독교 전통이 살아 있는 남부 지역은 과거와 지금도 변함없이 인종갈등의 중심지다. 가장 신앙적인 지역에서 인종차별이 제일 심하다는 아이러니가 여전한 곳이다. 바나그룹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전체에서 가장 성경적인 도시 20곳 중에서 무려 18개 도시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남부 지역에 기반을 남침례교(SBC)는 이번 달 중순 테네시 주 멤피스에 위치한 남부군 상징 동상을 철거하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 버지니아 주 렉싱톤에 있는 교회는 남부군 장군 이름을 딴 교회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지역 정서와 교인들의 성향을 초월한 용기있는 결단으로 교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개신교 최대 교단인 남침례교 총회장 스티브 게인스 목사는 멤피스 지역의 목사 150여 명 이상과 함께 나단 베드포드 포레스트 장군 동상을 옮기자는 청원서를 주정부에 제출했다. 이 동상은 테네시 주 기념물로 선정돼 있다.

포레스트 장군은 남부군을 위해 싸우기도 했지만 인종차별 단체인 KKK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하고 초기 지도자로 활약했다. 포레스트의 무덤은 지난 2013년까지 만 해도 그의 이름을 따서 멤피스 시 중앙에 만든 시립공원에 묻혀 있다가 이장됐다.

게인스 목사는 이 밖에도 다른 도시에 설치된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스 데이비스의 동상도 남부연합공원에서 철거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침례교(Southern Baptist)는 남북전쟁 당시 북부 연방정부를 지지하는 미국침례교(American Baptist)를 탈퇴해 만들어졌다. 당연히 교단 소속 교회 가운데 다수가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교단 차원에서 과감하게 인종차별 요소를 제거하는 사회적 요구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교회 이름을 변경한 R. E. 리 메모리얼 성공회 교회는 110년 이상 된 명칭을 교인들의 투표를 거쳐 그레이스 성공회 교회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교회 지도자들의 투표 결과는 7대5로 가결됐는데, 지난 2015년 찰스톤 교회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명칭을 원래 이름으로 환원할 것을 논의해 왔다. 리 장군은 생전 마지막 5년을 이 교회 최고관리인으로 봉사했다.

하지만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정서는 아직 완고하다. 공영언론인 NPR과 PBS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부군 지도자 동상 철거를 찬성하는 백인 교인은 6%에 불과하다. 보통 미국인의 27%와 흑인의 40% 지지율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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