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슴 적셔줄 복음’ 작은 교회에서 찾는다

2017-09-26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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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천명 성도 거느린 대형교회 본질 잃기 쉬워

▶ 탈 성장·탈 성직·탈 성별 기치로 내달 박람회

‘가슴 적셔줄 복음’ 작은 교회에서 찾는다

지난해 열린 ‘작은 교회 박람회’에서 참가 교회들이 바자회를 마련했다.

큰 규모와 외형적 성장이 설득력을 갖는 시절은 갔다. 감동과 납득이 없이는 교회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진실과 정성 만이 기독교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리 ‘작은 교회’와 ‘초교파’ 그리고 ‘비교단 독립교회’에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디지털 산업혁명의 물결 가운데 가슴을 적셔 줄 복음을 구하는 새로운 물결이다.

한국에서는 초교파적으로 소형 교회들이 모여 ‘작은 교회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생명평화마당’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다음달 9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2017 작은 교회 한마당’을 개최한다.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 중 하나인 고래나 하마도 무한대로 커질 수는 없습니다. 공룡이 멸종했듯이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팽창하다 보면 본질을 잃습니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 방인성 목사는 ‘작은 교회 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지난 21일 생명평화마당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지를 설명했다.

생명평화마당은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만든 신학자, 목회자, 기독교 활동가들의 모임이다. 독일 사례를 모티프 삼아 출범했다. ‘탈(脫)성장’·‘탈성직’·‘탈성별’을 기치로 2013년부터 작은 교회 박람회를 열었으며, 올해 5회째를 맞았다.

방 목사는 도심에 큰 건물을 짓고 수천 명의 신도를 거느린 대형교회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며, 70% 이상이 구성원 2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방 목사는 “남보다 크고 강하고자 하는 자는 결코 평화를 만들 수 없다”며 “예수님이 말구유에 작디작은 자로 오신 것은 이 땅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목회자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며 “목회자와 교인 모두가 성직자라는 자세로 살고 성장보다 성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침례, 예장합동, 고신 등 교단이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것을 비판하며 “사회의 성차별뿐 아니라 교회 내 성차별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120여 곳의 교회와 개신교 단체가 참가한다. 신학생이나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신자’들을 위한 대화의 장, 종교개혁 500주년 비전 선포식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작은교회 운동의 발자취를 정리한 책 ‘한국적 작은교회론’도 때맞춰 발간한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감신대 웨슬리채플 제1 세미나실에서는 ‘종교개혁: 평신도 제도의 폐지’, ‘풀뿌리 평화공동체 운동’, ‘여성의 교회, 모두의 교회’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린다.

방 목사는 이번 행사에서 최근 종교계의 큰 화두인 ‘종교인 과세’ 문제를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해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의 핵심인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따르려면 모두 동등하게 세금을 내는 게 옳다. 작은 교회 대부분이 면세점 이하지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왔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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