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쇄신” 개혁 목소리 고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체제 본격화
2017-09-19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 설정-수불 스님 2파전 속 범불교도대회 서울 집회
▶ “자승 선거개입 중단” 결의
범불교도대회 참석자들이 종단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후보등록 첫날인 18일(한국시간) 설정(75) 스님과 수불(64) 스님, 혜총(72) 스님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종단 쇄신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불교 인구 감소 및 고질적인 종단 내홍에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겹쳐 총무원장 선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까지 후보등록을 받은 뒤 25일 후보자격 심사를 할 예정이다. 전 봉은사 주지 원학(63) 스님은 오는 20일 후보 등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허 선사로부터 시작한 덕숭문중을 대표하는 수덕사 방장인 설정 스님은 후보등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종도의 한 사람으로서 종헌종법 질서를 존중하며,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엄중히 치러져 종단의 안정과 승가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 범어사 주지를 지냈으며 간화선 지도자인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빠진 종단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입후보했다”며 “수행과 전법 중심의 종단운영으로 1천만 불자시대를 다시 열겠다”고 공약했다.
교계에서는 사실상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 자승 총무원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설정 스님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와 저서에서 서울대를 졸업했다고 말해왔으나, 최근 의혹이 불거지자 “1976년 서울대 부설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자승 총무원장과 각을 세워온 수불 스님은 선거권이 있는 몇몇 사찰에 대중공양 명목으로 금품을 보내 선거 1년 전부터 금품ㆍ향응 제공을 금지한 종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을 위한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는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대회장 청화 스님은 “지난 8년간 불교에서 청정승가를 부정하는 은처자 문제, 폭력과 도박 문제가 연이어 터졌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불자 300만명이 감소했다”며 “그럼에도 자승 총무원장은 반성하지 않고 차기 원장 선출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인 스님(전국선원수좌회 선림위원)은 “이 자리에 전국선원수좌회의 수천 납자들을 대표해 나섰다”며 “이미 결의한 전국승려대회 개최가 꼭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자승 총무원장의 선거개입 중단과 즉각 퇴진 ▲부당하게 징계받은 승려들의 승적 복원 ▲총무원장 직선제 실시 등 10개 사안을 채택했다.
주최측 추산 3,000명이 참석한 범불교도대회에서 스님과 시민들은 ‘종헌수호’ ‘청정종단’ ‘자승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이어서 범불교도대회 측은 서울 청계광장 소라탑 앞으로 행진해 적폐청산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 한바탕’에 참석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다음달 12일 열리며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등 총 321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선제로 열린다. 선거인단의 과반(161표)을 얻어야 당선되며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간 결선투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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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