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 조명 바티칸 박물관서 특별기획전

2017-09-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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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관련 전시로 처음

▶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병오박해 순교자 증언 등 유물 187점 2개월 선보여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 조명 바티칸 박물관서 특별기획전

바티칸 박물관 특별 기획전‘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개막됐다.

한국 천주교 230여 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바티칸 박물관 특별 기획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개막 미사를 신호탄으로 9일 2개월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국 천주교회 230여 년 역사를 집대성한 천주교 유물 187점이 전시된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여진 품목 중에는 1790년에 베이징 교구의 구베아 주교가 “단 한 명의 선교사도 들어가지 않은 조선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천주교가 전파되고 있으며, 평신도들이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 교황청 포교성 장관에게 보낸 서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체포를 계기로 일어난 병오박해(丙午·1846년)를 목격한 증언자들이 순교자 16인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담긴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1873년 이전) 등 진기한 유물들이 포함됐다.

한복을 차려입고 단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한국적 성모의 모습을 그린 장우성 화백의 ‘한국의 성모자’(1949),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 뤼순감옥에서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붓글씨로 표현한 ‘경천’(敬天) 등도 전 세계 관람객을 만난다.


개막식은 1831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조선대목구 설정 소칙서를 반포한 상징적인 날에 맞춰 일정이 정해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한국 땅에 교구 제도가 설정된 뜻깊은 날에 한국 천주교회 230여년 역사를 집대성한 유물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시작하게 됐다”며 “자생적 탄생, 순교와 박해의 역사, 근현대 사회 변혁기에서 적극적인 사회 참여 등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1784년 청나라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유학자 이승훈이 서울 수표교 인근의 이벽의 집에서 정약전·약용 형제 등에게 세례를 주면서 처음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으로 첫 걸음을 떼,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염 추기경은 “교회 유물 역시 한국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교회사를 초월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특별한 계기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여러 박해의 시기에 생명을 바쳐서 신앙을 증언한 무수한 순교자들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며 “자유와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우리 사회와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민족이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 미사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주교단, 정종휴 주 교황청 대사, 김경석 전 교황청 대사 등 바티칸 주재 외교관, 로마 교민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교황청에서도 전 주한 교황대사 프란치스코 몬테리시 추기경,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의 장관 피터 턱슨 추기경, 인류복음화성 차관 혼 타이 파이 대주교 등 고위 관계자가 참여해 이번 전시회에 대한 교황청의 관심을 반영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방한을 수행한 페레리코 롬바르디 전 교황청 대변인은 “신앙과 자유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한국 천주교 유물에 감동을 받았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현재와 같은 때에 이뤄지는 이번 전시가 세계 평화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롬바르디 전 대변인은 “요즘 교황청 모든 사람들이 한반도 상황을 걱정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 미사는 국악미사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국악 4중주 ‘사나래’가 해금, 피리, 거문고, 가야금을 이용해 미사 반주를 선사했다.

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21명이 어우러진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합창단은 조화로운 화음으로 성베드로 대성당을 채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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