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 칼럼] 마약

2017-08-17 (목) 12:00:00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크게 작게
몇 주 동안 기침 때문에 고생 중이다. 기침약, 생강차, 레몬차 등 할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회복에 애썼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기침은 오히려 갈수록 심해졌다.

조금 겁이 났다. 다시 의사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니 이번에는 의사도 작심한 듯 새 약을 처방해 주었다. 새로운 처방 약 한 수푼을 복용했다. 놀랍게도 기침이 급격히 멈추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하지만 6 시간이 지나자 다시 기침이 나왔다. 또 한 수푼을 먹었다. 역시 급격히 호전되었다.

놀라왔다. “도데체 이 약이 뭐길레?” 라는 궁금함이 생겼다. 약병의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주 성분 중 하나가 코데인 (Codeine) 이었다. 코데인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마약 몰핀 (morphine) 의 일종이였다. 진통 및 신경안정 효과가 크다. 그래서인지 이 약을 먹자 기침은 물론 통증도 사라졌다. 졸립고 약간의 환각 (헤롱 헤롱) 현상도 있었다. 오래 전 뼈를 건드리는 대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몰핀을 맞았을 때의 기억이 난다.


몰핀은 10등급에 해당하는 최고 통증을 없애줄 정도로 강력하다. 환각 기분과 함께 순식간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한다. 코데인은 몰핀에 비하면 훨씬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효과와 더불어 헤롱 헤롱 기분을 부른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코데인은 원인치료가 아닌 속임 치료다. 기침은 대부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뇌신경이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세균 감염 중에도 기침은 물론 통증도 못 느낄 수 있다. 통증이란 원래 신경회로 사이의 전달물질이 뇌로 전해져서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회로의 명령체계를 차단시키면 진통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코데인이 그 기능을 감당한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원인치료가 동반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 속임수를 원인치료인줄로 착각해서 헤롱 헤롱을 즐기면 중독을 부른다. 중독은 긍극적으로 신경전달체계를 손상시키고 몸의 통제권을 잃게 만든다. 난 지금 코데인 복용으로 헤롱 헤롱 중이다. 이 글도 헤롱 헤롱 상태에서 쓰고 있다. 마약에 의한 헤롱 헤롱을 좋아하면 곤란하다.

진통효과등 일시적 약물처방 외에 헤롱 헤롱 현상을 즐기면 몸의 통제권을 약에게 넘겨주기에 인생 망친다. 원인보다 증상에 초점을 모을 때 그 결과가 더 파괴적인 경우와 유사하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서만 진통제 남용으로 매일 약 142 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3주에 한번씩 911 테러를 당하는 꼴이다. 그래서인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오피오이드 (Opioid: 코데인을 포함한 마약성 합성 진통 및 마취제) 남용으로 인한 재난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유혹에 노출될 수 있고 잘 무너지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악은 우리의 약점을 파고든다. 쾌락을 주며 유혹한다.

고통을 없앤다는 약점을 이용하여 현실도피를 유도하고 거짓 세상을 즐기게 한다. 코데인을 통해 사람들이 왜 마약에 넘어가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헤아려 좋은 것을 취하고 악은 어떤 모양이라도 버리라” (살전 5:17-22) 고 권면한다.

악의 유혹이 무엇인지 잘 분별하라는 의미다. “술취하지 말고 성령에 취하라” (엡 5:18) 고 한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악의 유혹과 속임수를 잘 파악해서 악에게 통제권을 넘겨주지 말라는 것이다. 혹여 이 글이 이상하신가? 그렇다면 코데인에 잠시 취해서“저도 저가 무슨 소리하는지를 알지 못하더라!”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헤롱 헤롱 상태라서 약간 제 정신이 아니라고 이해하셔도 좋다. 그렇다면 속히 코데인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기침에서도 벗어 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에고 참! 헤롱 헤롱

<김문철 목사/ 천성교회 담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