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라의 이름으로 드세요”

2017-08-16 (수) 12:00:00 이해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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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무슬림 관광객 넘쳐나 할랄음식 식당 갈수록 늘어

▶ 할랄음식 찾기 어렵고 만족도 낮아 호텔과 유명 식당 등 앞다퉈 인증

‘일러 가로되 내가 말씀으로 계시를 받은 것 가운데서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와 알라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고기를 제외하고는 먹고자 하는 자가 먹지 못하도록 금지된 것을 발견치 아니했노라.’(코란 6장 145절) 그들은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연간 소득의 2.5%를 희사하며, 이슬람력 9월이면 라마단(올해는 5월 26일부터 6월 24일까지) 금식과 금욕을 행하고, 이드 알 피트르(라마단 종료 축제) 연휴를 만끽한다.

그들은 코란의 가르침대로 해도 되는 것(할랄)과, 해서는 안 되는 것(하람)을 나눈다. 무슬림. 전세계 인구의 23%에 달하는 17억 명이 알라를 유일신으로 믿는 이슬람 신자다.

▶ 급성장하는 무슬림 관광시장


무슬림 관광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무슬림은 당연히, 한국에도 여행을 온다. 2001년 20만2,000여명에 불과했던 무슬림 여행자는 2016년엔 98만5,858명으로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무슬림 여행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무슬림 여행자 2만여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여행지에서 돈을 많이 쓴다. 2015년 이들이 세계를 여행하며 쓴 돈은 약 1,510억 달러로, 전 세계 관광 시장의 11.2%를 차지했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의 3%에 불과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의 씀씀이가 특히 크다.

종교와 삶이 일체화한 생활 습관을 갖고 사는, 분리된 문화권의 무슬림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문화권 밖으로 나와 생경한 문화 한 가운데 놓이는 모험이요, 하람이 더 많고, 할랄이 더 적은 고난의 환경에 놓인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옷은 가방에 넣으면 되고, 휴식과 잠은 호텔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의식주 중 음식은 무슬림에게 특히 큰 난관이다.

▶ 할랄과 하람, 제약이 많은 식단

다음 중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간식은 무엇일까? ①크라운제과 죠리퐁 ②오리온 초코파이 ③빙그레 바나나맛우유 ④롯데제과 아몬드 빼빼로 ⑤삼육식품 검은콩칼슘두유

정답은 ‘모두’이다. 이슬람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 ‘할랄 인증’을 받아 만든 제품이다.

다음 중 독실한 무슬림이 한국에 왔을 때 평범한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①소고기 갈비찜 ②장어 ③돼지 불고기 ④영계 백숙 ⑤보신탕

정답은 ‘없다’. 돼지와 개고기는 애초에 하람이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요리와 디저트에 사용되는 젤라틴도 돼지로부터 얻으면 하람이다. 비늘 있는 물고기는 대부분 할람이지만, 장어는 하람이다. 소와 닭, 양고기는 할랄이지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해야 할랄이다. 할랄 도축은 제약이 많다. 건전한 정신을 가진 무슬림이 도축해야 하며, 도축하면서 “비스말라(알라의 이름으로)”라고 말해야 한다. 또 날카로운 칼로 동물의 경정맥, 경동맥, 기관, 식도를 한 번에 절단해 단숨에 고통 없이 도축해야 하고, 피를 완전히 빼야 한다.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라고 전부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식재료를 보관할 때 하람 식재료와 섞이지 않게 해야 하고, 하람 재료를 조리하는 데 사용한 주방 용품, 식기도 쓸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국가와 개인에 따라 율법을 지키는 강도는 다르지만, 엄격한 무슬림일수록 코란을 철저하게 지킨다. 알코올도 물론 하람이다. 한식 양념 중 자연 방식으로 양조하는 간장에서는 제조 공정 중에 자연스럽게 미미한 양의 알코올이 생성되는데, 이 역시 하람이다.

할랄 음식은 어디서 먹을 수 있을까. 이슬람 문화권의 음식만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아니다. 한식, 일식, 중식 등 세상의 모든 음식이 식재료와 조리 과정과 관련한 코란의 규율만 지키면 할랄이 될 수 있다.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이 서울 이태원 이슬람 성원 주변의 무슬림 식당만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먼 나라까지 와서 자기 나라 음식만 먹는 것은 고역이다. 프랑스 파리에 간 한국인이 내내 한식당만 가야 한다면 여행의 재미가 반감되는 것처럼. 물론 무슬림에게는 단지 재미나 취향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에겐 할랄 음식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이기에.

<이해림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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