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쁠수록 건강한 교회인가

2017-06-07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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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 활동 분주하다고 ‘진짜 사역’ 많은 것 아니야

▶ 때론 ‘노’ 외치는 리더십 필요

바쁠수록 건강한 교회인가

교회의 각종 프로그램도 상황에 따라 조정될 필요가 있다. 사진은 교회의 성공적인 세미나 모습.

목회자의 시간이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교인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 성도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해진 시간에 교회에서 몇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목사는 한 시간의 예배나 두 시간의 신앙 모임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물론 목회자 개인의 열정과 진정성에 따라 현실은 천차만별인 게 사실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주일에만 북적거리는 교회도 사실 일주일 내내 분주하게 돌아간다. 교회 스탭은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예배와 집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언뜻 바쁜 모습을 통해 활기가 넘치며 뭔가 제대로 일을 하는 교회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과연 교회는 바빠야 하는 것인가? 교회가 사람들로 인해 분주해야 하는가? 교회의 일이 그토록 많아야 하는가? 바쁨을 미덕으로 여기고 잘 나가는 실력의 증표로 삼는 허무한 풍토가 교회와 목회자에게도 적용되는 게 마땅한 것인가?

라이프웨이 그룹 대표인 톰 레이너 목사는 5일 칼럼을 통해 ‘교회가 쓸데없이 분주한 원인과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가 프로그램이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여겼지만, 이제 이런 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남아 있다면 여전히 효용성을 인정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이 이끄는 교회들이 겉 보이기에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잘 돌아간다고 해서 교회가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회의 활동이 많다고 해서 그 교회의 진짜 사역이 많은 건 아니라는 것이다. 교회의 진정한 사역으로 인정할 수 없는 수많은 활동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프로그램을 줄이는 교회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건강한 교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를 세우는 과정에 사역과 시스템이 집중된 교회이냐가 핵심 요소인 것이다.

교회는 가만히 두면 저절로 모든 것을 쌓아두려는 습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늘어나는 각종 프로그램에 짓눌린 교회는 자연스럽게 분주함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활동을 무작정 그리스도인의 사역으로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가지 사역과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줄거나 제거되지 않는다. ‘예스’라고 동의하면서 프로그램을 더 만드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줄이면서 ‘노’를 외치는 게 필요할 때도 많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일선 현장에서 존폐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법은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여러 가지 사역 곳곳에서 ‘무작정 쌓아두기’ 현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프로그램이나 사역을 제대로 돌아보고 올바로 평가하는 과정도 생략되고 무시된다.

이런 교회에서 일어나는 대표적 현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회 시설에 매달리는 사고방식’이다. 공간이나 설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사역이 돌아가지 않는다. 명분 찾기와 위선이 싹트고, 실력보다 도구 탓하는 선수처럼 교회는 동맥경화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용감하고 단호한 리더십을 이런 교회에서 바라는 것은 그 자체가 무리다. 겉모습은 온화하고 모두가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진정한 리더십은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게 된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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