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내 몰래 가게 돈을 훔쳤다. 경찰에 신고 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다. 아내가 알면서도 모른 척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은 짓을 남편이 아니라, 직원들이 했다면? 큰 델리나 식당 주인들로부터 손버릇 나쁜 직원에 대한 불평을 듣는다. 얼마 전에는 어느 도매상 사장이 급하게 불러서 갔더니, 수금한 돈을 빼돌린 판매사원을 경찰에 신고하는 문제 때문에 변호사가 와 있었다. 양쪽 모두에게 속상한 일이다.
사실, 이와 같은 내부 직원들의 횡령이나 회계부정의 시작은 작다. 그러나 아무도 초기에 잡아주지 않으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 점점 그 규모가 커져서, 결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 경찰에 신고 된 그 판매사원도 처음에는 50달러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고 싶지 않다고, 마냥 쉬쉬할 일이 아니다. 사소한 내부 사건사고가 천리만리 밖으로 퍼지는 세상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견물생심이 생기지 않도록, 허점 없이 강력한 내부통제시스템(Internal Control System)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미리 대비하자는 뜻이다.
물론, 우리가 점검해주는 내부통제시스템(ICS)이 아무리 완벽해도 문제는 생길 수 있다. 원래 열 경찰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고 하질 않나. 그리고 내부통제회계시스템이 그렇게 직원들 횡령만 잡아내는 것도 아니다. 회계사는 형사도 아니고, 단 한 번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도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ICS 구축과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서, 회사 오너는 경영 불안의 많은 부분을 지울 수 있다.
회계사는 감사(audit) 과정에서, 구매와 제조, 판매, 그리고 인사와 관리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대충 이해해서는 제대로 된 재무제표 감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경영의 디테일들은 결국 회계 장부로 깔때기처럼 집약될 수밖에 없다. 그 길목에 회계사라는 파수꾼이 있다.
30년 전, 내가 삼성전자에 처음 ICS 감사를 나갔을 때, 재무팀 직원의 질문이 생각난다. “우리가 내는 회계사비가 직원들의 ‘삥땅’으로 새는 돈보다 싸게 먹히겠죠?” 지금 그 직원에게 대답대신 이 말을 해주고 싶다. “10년 전에 50만 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금은 220만 원대입니다. 단지, 삼성이 반도체나 전화기를 잘 만들고 잘 팔아서만 일까요?”
그저 12개월 치 은행 자료만 갖다놓고, 말단 직원 시켜서 결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믿을 수 있는, 그리고 경험이 많은 독립적인 회계사가 만든 감사보고서, 그리고 그와 함께 이뤄지는 내부통제 시스템(ICS)에 대한 전문 보고서가 회사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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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