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외과의사다>부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안창혁 교수
▶ 40대 이상 대장암 위험 높아 대장용종 일찍 찾아내 없애야
가족력 있으면 2,3년마다 점검, 수술이 기본적 치료법
요즘은 4기 환자도 수술 가능 표적·면역·항암치료 병행
안창혁 부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라며 “대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아 평소 대장내시경 등 대장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천성모병원 제공>
항문, 배설 같은 이야기를 하면 ‘저질’취급 받기 십상이다. 대장, 항문 등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 삶을 유지할 수 없지만 대놓고 얘기하는 사람은 드물다. 20년 넘게 매일 이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안창혁(54) 부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다.
“외과전문의 자격 취득 후 다른 의사들이 ‘냄새 난다’‘지저분한 것을 어떻게 매일 보고 사느냐’고 기피하더군요. 하지만 희한하게 거부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대장암 치질 항문질환 등 다양한 환자군을 치료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죠. 20년 넘게 매일 들여다보니 거부감도 사라졌습니다.”
대장암은 고위험 암 가운데 가장 ‘핫’한 암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대장암 진료환자는 2006년 6만8,240명에서 2015년 13만3,297명으로 6만5,057명(95.3%)으로 증가했다. 대장암은 유전 요인과 함께 포화지방이 많은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생길 수 있다. 안 교수는 “특히 붉은색을 띈 육류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수 있어 평소 동물성 식단을 줄이는 등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대중화로 “대장용종을 제거하고 왔다”고 말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종성용종 유암종 악성용종 등은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조기 발견해 없애야 한다. 안 교수는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대장용종이 많이 생기기에 이들 연령층은 대장내시경검사 등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며 “용종을 제거했거나, 가족력 있는 사람은 2~3년마다 검사 받아 암이 생겼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대장내시경검사는 위내시경과 달리 검사 받기 전에 약을 먹어 장을 비워야 하는 등 검사가 까다로워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지 않으면 예후가 좋지 않아, 힘들어도 대장검사를 받는 게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최근 부천성모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74세 환자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평소 술과 담배, 육식을 즐겼지만 한 번도 대장검사를 하지 않았다.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 수술이 잘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 후 이 환자는 안 교수에게 “젊었을 때 대장검사를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나 같은 우둔한 사람이 없게 교수님이 신경을 잘 써달라”고 했다.
“나도 대장내시경 검사한다”고 권유
강원 춘천시에서 자란 안 교수는 처음에 서울대 공대에 들어갔다. 그때만 해도 자신이 의사의 길을 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섬유공학을 전공하면서 공학도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느껴 의대에 다시 진학했다. 안 교수는 “내 손으로 병을 고칠 수 있는 외과의사가 천직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환자 신뢰를 받는 의사’가 되는 게 안 교수의 바람이다. 외래진료할 때 대부분의 환자가 대장내시경검사를 꺼린다. 그럴 때마다 안 교수는 “힘든 것 잘 알지만 나도 10년 전부터 대장내시경검사를 받고 있다”며 검사를 권유한다. 담당 교수가 10년 전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는 말에 환자는 순순히 받아 들인다. 안 교수는 “검사 후 대장용종을 제거하거나 암이 발견돼 조기 치료를 통해 완치된 이들이 많다”며 “처음에는 환자를 설득하기 위해 검사를 받았는데 이 때문에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대장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안 교수는 “전에는 대장암 3, 4기 환자에게는 수술을 권하지 않았지만 최근 4기 환자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대장암 치료 관련 진료과와 협진해 수술은 물론 표적치료 면역치료 항암치료 등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혁(오른쪽) 교수가 직장암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하고 있다.
안 교수는 ‘외과의사=칼잡이’라는 공식을 거부한다. 그는 “외과의사가 수술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특히 대장암 치료는 다른 진료과 전문의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기에 치료 전반의 정보와 지식을 두루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대화할 때 눈을 보면 그 사람 성격을 알 수 있다. 안 교수는 인터뷰 내내 기자의 눈을 피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환자를 위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참 눈이 선한 외과의사임을 직감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부천성모병원으로 이직했을 때 병원식구들이 “병원에 참 좋은 분이 오셨다”며 반긴 이유를 알 것 같다.
“외과의사는 내 손으로 환자를 살리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잃으면 환자도 의사도 모두 죽습니다.” 처음 수술방에 들어갔을 때 마음을 유지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다는 안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대장항문 치료를 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믿음이 가는 외과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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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중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