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드 불똥이 던져준 교훈

2017-04-07 (금)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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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여파로 뉴욕의 관련 한인업계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업소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는가 하면, 느닷없이 한국산 불매를 외치는 중국인 난입 소동이 발생한 업소까지 다양한 형태로 사드 배치의 불똥이 한인업계에 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은 단순히 영업 방해나 매출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계 고객들을 대하는 한인 상인들의 인식과 트렌드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그간 중국계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업소들의 경우, 사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고객 다변화로 나서야 한다는 자각도 일고 있다.


플러싱에 이어 올초 브루클린에 매장을 연 한 화장품 브랜드 샵의 업주는 “중국계 고객의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며 매출도 약 30% 하락했다”며 “그동안 전체 고객 중 중국계 고객들의 비중이 컸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민족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계 직원들에게 의존했던 운영 방식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계 고객들의 비중에 비례해,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들 중국계 직원의 수를 반으로 줄이고, 대신 타민족 및 한인 직원들로 그 자리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당 업주는 “중국계 고객들이 한식을 많이 찾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역시 한 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줬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나 홍보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특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민족이 살아가는 뉴욕에서 다양한 민족의 고객층을 흡수하는 마케팅이 가장 안전한 경영 전략이라는 것.

김영환 북미주한식세계화총연합회장 역시 “사드 여파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심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며 “한식당들도 특정 민족에 대해 의존도를 높이기보다 미주류 사회와 다양한 인종들을 고객들로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주식 투자나 재테크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위험 요소를 분산하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이다. 그동안 뉴욕의 한류에 중국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한류의 달콤함에 취해 있던 일부 한인업주들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깨어나고 반면교사 삼아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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