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오른쪽)와 가수에서 변호사로 영역을 넓힌 이소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바이올린의 여제, 정경화(69)와 가수에서 변호사로 영역을 넓힌 이소은(34)이 맨하탄 뉴욕 한국 문화원에서 30일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날, 뉴욕한국문화원이 마련한 패널 토론, ‘한국•여성, 뉴욕을 만나다’에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한인 여성을 대표해 참석했다.
과거와 21세기 여성상의 변화와 여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 세대의 노력과 도전 등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 앞서, 한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인정하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정경화는 “인내와 겸손과 함께 자신감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연주를 하면서도 자신감을 갖고 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소리부터 다르다”며 “자신에 대한 신념(Conviction)에서 가능성도 뻗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 상공회의소(ICC) 부국장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소은은 “지식을 다 습득해야만 자신감이 나온다면, 죽을 때까지 자신감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라며 “사람은 무언가를 해서(Human Doing)가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Human Being)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되어서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되기 위해 꼭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내 존재만으로 충분히 스스로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낼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당당하라는 주문을 두 사람은 전했다.
한인 여성들이 현대에서 처한 한계에 대한 대화 중 이소은은 2000년대 초반 앨범을 준비하면서, 관리를 하라며 몸에 대한 지적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과연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
이소은은 “이제는 이미지와 비디오가 더 발달한 시대로, 방송을 통해서도 다이어트에 대한 노출이 많아졌다”며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경화 역시 “세대를 가두는 흐름과 틀이 있지만 그로 인한 어려움과 고통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느끼는 것이다.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만이 가진 개성을 키워가야 한다. 그래야 그 틀을 벗어나서도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 음악제의 음악감독을 첼리스트인 언니, 정명화와 공동으로 맡았으며 2012년부터 이화여대 음대 석좌 교수를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경화는 2005년 손가락을 다친 후 5년간 악기를 놓았다가, 바흐에 도전, 지난해 새 음반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워너 클래식)을 냈다.
오는 5월 18일 카네기 홀에서 스트라디 바리우스로 이 6곡을 연주한다. 정씨는 “젊을 때의 그 강렬했던 에너지는 지났지만 이제는 지혜와 경험을 얻었다”며 “음악 뿐 아니라 여러 세대와 여러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다. 재즈, 그림 등 다방면에 도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다음 10년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 한국 문화원은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인 그라운드 매거진과 협력,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알리기 위한 책, ‘여성, 한국(Women, Korean)’ 특별판을 발간, 5월부터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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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