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덤핑 규제 피하려 일부 공정만 옮겼다면 미국법 위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콕 찍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의 발언<본보 3월8일자 C3면>은 '우회덤핑'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수입규제를 받은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 이전 등의 전략을 짜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미국 국내법으로 제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뜩이나 통상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실명을 거론 당한 기업으로서는 우회덤핑이 아닌 정당한 경영행위였다고 항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국내법으로 우회덤핑을 규제하고 있다. 우회덤핑은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부과 받은 기업이 이를 회피하고자 완제품 대신 부품만 수출해 수입국 내에서 조립하거나 제3국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관행을 말한다.
예컨대 국내 기업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한국이나 중국 대신 베트남으로 아예 공장을 이전했다면 우회덤핑에 해당하지 않지만, 소규모 공정을 옮겨 사실상 조립만 그곳에서 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1988년 우회덤핑 방지규정을 국내 법제화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우회덤핑을 규제할지 아직 논의 중이다.
산업연구원 고준성 선임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제3국으로 옮긴 제품의 공정이 사소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라면서 "만약 반덤핑 관세를 피하려고 베트남에서 간단한 조립 정도만 했다면 그 제품은 '메이드 인 베트남'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은 우회덤핑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공장 이전 전에 우회덤핑에 관한 미국법을 이미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바로 위원장 발언의 배경을 파악하는 한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지만, 미국 무역 수장의 발언이라 후폭풍을 우려해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