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봄이 오는 소리

2017-03-04 (토)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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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겨울이 부담스러운건 우선 사람의 마음부터 움츠려 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겨울이 혹독한 기승을 부릴수록 더 애절히 기다려지는 게 봄인데, 봄이라고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봄이 될 수 없는 게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다.

어느 덧 우수도 지나고 곧 경칩이 아닌가.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계절.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양력으로는 3월5일경부터 춘분 전까지, 음력으로는 이월절(二月節)인데, 따스한 봄기운 속에 코끝을 부드럽게 감싸고 도는 봄꽃의 향훈을 따라 걷는 길목을 성큼 내딛고 싶다.

그런데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 이가 있는 가하면, 봄이 목전에 와 있는 데도 삶이 어려운 사람들은 봄이 오는 걸 알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북한의 노동수용소에 갇혀 언제 다시 자유의 몸이 될지 모르는 생지옥 같은 생활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삶이 힘들고 고독하고 어려울수록 우리는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게 마련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삶을 영위하는 이들에게는, 계절은 항상 몸서리쳐지는 추운 겨울 뿐일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겨울은 찾아왔다가 다시 봄에 쫓겨 새 봄이 오기 마련이지만 봄이라고 다 같은 봄일 수 있으랴.

그런가 하면, 아무리 춥고 살을 에이는 겨울일지 라도 마치 당신을 데리러 올 연인이 따스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면 경쾌한 ‘봄의 소리’가 귓전에 울리지 않겠는가. “기다려 줘. 내가 곧 데리러 갈께. 당신은 그냥 거기 지금 있는 곳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봄은 틀림없는 봄일 것이다.

금년 봄에는 우리 서로가 기다려주고 희망 찬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는 봄이 오기를 기대해 보자. 그래서 이 봄에는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이 봄의 향연에 모두 올 수 있도록 손을 꼭 잡아주는 그런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찬 봄이 되도록 하자.

기다리지 않고 손짓 하지 않아도, 또 짓궂은 춘삼월의 눈발이 날린다 해도 소리 없이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아름답고 경쾌한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를 감상하고 싶다.

<전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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