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 드라마 '김 과장'은 탈세와 분식회계가 소재다. TQ 그룹 회장(박영규)은 분식회계를 '잘 하기' 위해서 최고의 회계범죄 수사 검사 출신을 재무이사로 스카우트한다. 도둑질을 제대로 하려고, 도둑 잡던 경찰을 책임자로 데리고 온 셈이다. 그 검사(놀랍게도 2PM의 준호다)가 경리과장을 새로 뽑았는데, 그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중장부 회계 전문가.
재무이사의 분식회계 계획을 들은 경리과장은 "이건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것과 똑같다"고 반발한다. 회사 돈을 빼돌릴 테니, 그 돈이 정상적으로 나갔다는 증거 서류들을 어떻게든지 만들어내라는 지시다. "팔만이 아니라, 십만대장경이라도 만들어내"라는 재무이사와 경리과장 사이의 갈등은 그렇게 움튼다.
사실, 경리과장의 속마음은 딴 곳에 있다. 그는 이미 다른 작은 회사의 공금을 '삥땅'해 드시고, 서울로 올라와서 이번에는 크게 한탕한 뒤, 미국으로 튈 '나쁜'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이 회사의 분식회계를 적발하기 위해서 공인회계사(CPA) 출신의 여자 검찰 수사관이 회계부에 위장취업을 한다. 이 셋이서 벌이는 긴장이 풍자와 섞여서 정말 가관들이다.
회장 아들은 더 가관이다(그러나 가장 현실적이다). 개인적으로 쓴 돈을 경리과에 와서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달라고 우기면서 경리과장과 주먹 싸움이 붙는다. 결국 경리과장이 이기는데(드라마니까), 이런 드라마가 한국에서 요새 시청률 1등이란다.
그래서 마음이 짠하다. 센 자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팍팍한 현실. 거기에서 시청자들의 통쾌한 공감을 얻어낸 것이 아닐까 해서다. 부조리와 불합리, 그리고 계층 간 불평등. 거기에서 나 같은 서민 시청자들이 거대 악 '갑(甲)'의 패배와 손실에 '쌤통'이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그렇더라도, 드라마 '김 과장'을 보면서 국민들이 작은 위로라도 받는 세상이 정말 좋은 세상일까. 해 먹은 인간과 그것을 나눠먹은 인간, 모두 지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매일 TV 화면에서 보다가, 그 드라마에 빠지는 60분이 그나마 행복한 시간이 되는 국민들이 정말 건강한 국가의 국민들일까. 나는 내 조국이 더 생산적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소망, 그리고 더 인간적인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는, 그런 2017년의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조국을 위한 기도가 더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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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