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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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살리는 길

2017-02-18 (토) 서병선 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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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해외거주 한인들도 나라 걱정이 태산같다. 온 나라가 부패로 물들더니 결국 이러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 근본 원인을 찾아 극복해야 한다. 모두가 국민의 정신문화를 바로 이끌어야 할 .문화계와 교육계까지 물질로 오염되고 부패됐기 때문이다.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희망의 길을 찾아본다. 본인이 지난 46년 동안 살아온 뉴욕에서 체험한 가장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다. 줄리아드 음악학교가 주최한 테너 Paul Appleby 독창회가 수년 전 뉴욕 링컨센터 엘리스 톨리 홀에서 있었다. 연주곡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아간 아가씨’였다. 슈베르트는 600여곡의 아름다운 가곡을 작곡한 가곡의 왕이다.

유명한 가곡 ‘보리수’는 24곡으로 된 연 가곡 ‘겨울 나그네’에 속해있는 곡이다. 음악회 당일 링컨센터로 향했다. 무대에 올라 20곡을 연이어 부르는 지루한 독창회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흥분시키는 크고 화려한 오페라 소리도 아닌데 음악회에 몇 사람이나 올까? 음악회장에 도착하니 음악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이 보였다. 소박하고 지성적인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는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과연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 뉴욕이구나!” 28세의 젊은 테너 Appleby는 뮐러의 시를 높은 예술성으로 아름답게 불렀다. 줄리아드학교 예술가과장으로 있는 저명한 반주자 Brian Zeger의 음악은 음악회를 더욱 빛냈다. 가곡의 속성인 소박, 지성, 인내, 사랑 등 문화적영양소를 만끽한 감동적인 음악회였다.

시에 간직된 아름다운 시상들이 청중들의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문화행위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곡연주 전통이 살아있는 독일, 불란서, 영국,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잘 보존 계승되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곡을 수천석의 큰 극장에서 큰 오케스트라 반주로 연주해오고 있는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에 간직된 시상들이 모두 묵살되고 허영과 사치를 조장하는 반문화행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 체구에도 무리한 오페라의 잦은 출연으로 소리에 큰 상처를 입어 가곡을 부를 수 없게 되는 일은 크나큰 문화적 손실이다. 우리 노래사랑의 정기가 가곡사랑으로 승화 할 때 오늘의 비극과 민족분단의 비극은 가고 사랑이 샘솟고 평화가 깃드는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이 될 것이다. 가곡을 통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널리 널리 파급시키자. 오늘의 비극은 가고 만인에게 존경받는 문화국민으로 거듭날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서병선 뉴욕예술가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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