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부하자!

2017-02-21 (화) 나리 간호사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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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갑자기 손이 부풀러 오르고 고름도 나오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3살 때 피부이식을 한 뒤에 매년 근육을 늘려주는 수술을 받아 온 손가락이라서 염증은 내 손가락에 치명적이다.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인지 아니면 나와 남편이 가진 의료지식과 기술로 버틸 수 있는 건지 고민을 했다.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교회에 갔다. 친구들이 놀라며 병원 안가냐고 묻는 말에 “그냥 집에서 약 바르고 고름을 짜고 좀 두고 보려고.” 라고 답을 했다. 다음날 동네 친구가 전화했다. “너 손이 얼마나 아프기에 수술을 한다는 거야?” 친구의 울먹이는 소리에 당황한 나는 수술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물었다. 교회 친구들에게 들은 내 손가락의 고름을 짜보겠다는 말이 수술로 둔갑한 것이었다. 시술이 수술로 와전된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와전이 된다. 내 손가락 이야기야 와전이 된다 해도 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어떤가? 심각하고 무서운 와전들이 있다.


누군가 고양시 아시안 게임에 올라온 깃발을 가지고 장난친 것을 보고 누군가는 진짜로 알고는 신문에 ‘광주 시청 앞에 걸린 북한 깃발’에 대해 성토하는 글을 올렸다. 카톡으로 열심히 뿌리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북한 깃발 사건은 완전히 와전된 것으로 경찰에서 확인했다. 넘치는 시대, 정보의 전달이 엄청나게 빠른 이 시대에 그래서 ‘와전’은 정말 무섭다.

정치가 막장 드라마보다 더 재미난 요즘 그러기 때문에 더욱 더 대통령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나 기사가 나오더라도 다시 한 번 근거들을 찾아보고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려고 한다.

SNS에 들어온 근거 없는 기사를 남과 나누기 전에, 과연 국가란 무엇인지 국민은 무엇인지, 세금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갖고 봐야겠다. 찌라시나 관음증 같은 기사에 의존하지 않고, 지금 왜 대통령이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도 들어보고 이성적인 지적으로 접근을 하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 놈’과 ‘불쌍한 영애’만을 외치는 분들에겐 이런 이성적인 접근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저 ‘광주’라는 단어와 ‘북한’이라는 글자만 보고는 얼싸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건전한 비판은 서로의 약한 점을 알게 해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잡소리로 하는 비판은 말하는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이다. 그러니까 공부를 좀 해야겠다. 정의란 무엇인지 국가란 무엇인지 처음서부터 공부하자. 리더란 어쩐 모습이어야 할지, 내가 리더가 못되면 최소한 어떤 사람을 리더로 뽑아야 할지를 공부해 보자.

엉터리 소문이 내 입에서 확대되지 않고, 오히려 내 입에서는 소문의 진상을 가리고 진실과 정의가 나올 수 있도록 공부하자.

<나리 간호사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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