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오래 계속하면

2017-02-18 (토) 소예리/교무.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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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계속하면...’ 나는 이 문구를 참 좋아한다. 특히 나의 신앙과 수행의 정도를 점검하며 마음같이 발전이나 성과가 더디거나 없다고 판단될 때, 그래서 조급증이 올라와 마음이 불편해질 때 빨리 정신을 차려 대조하는 법문이 바로 ‘오래오래 계속하면’이다.

혹자는 ‘오래오래 계속하면’ 이런 문구가 무슨 법문이냐? 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는 온전한 문장으로 있을 때나 온전하지 않은 문장으로 있을 때에도 법문임이 확실하다.

‘오래오래 계속하면’은 ‘속전속결’과 배치되는 의미일 것이다. 많이 바쁘고 급한 병증이 든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최대의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인가가 삶의 목표인 경우가 많고 또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무슨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이가 훌륭한 결과를 얻어 세상에 그 공적이 드러날 때도 그것은 결코 일시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음을 삼척동자도 안다. 많은 시간과 열정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루어낸 결과다.

그러나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이루어내면 다행인데 인간의 일은 시비이해로 운전하여 가는지라 그럴 수가 없음이 항상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간혹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오래오래 계속하면’을 되짚어 보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오래 계속하는 일을 공(功)들인다고 표현하여 왔다. 하루도 쉬지 않고 정화수를 떠 올리고 오래오래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일도 공들인다고 표현하고, 정성을 들여 1년 농사 잘 짓는 것도 공들인다고 표현하였다. 무슨 일이든 공력을 들여야 성공한다고도 하였다.
2017년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기고 2월의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여 원불교 경산 종법사는 전 교도 전 국민 전 인류가 성자(聖者)가 되기 위하여 공들이는 삶을 사는데 정성을 다하자 하셨다. 내 마음에 공(功)들이고, 그일 그 일에 공들이고, 사람에 공들이며 아름답고 은혜로운 한 해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추진하여 결실을 이룰 수 있을까? 대산(大山)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수도인의 일과 세 가지를 지키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이 수도인의 일과 세 가지는 출가자(出家者)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첫째, 아침은 수양 정진 시간으로 정하여 마음의 때를 벗기는 선(禪) 공부를 계속해서 나날이 새 마음을 기르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둘째, 낮에는 보은(報恩) 노력하는 시간으로 정하여 부지런히 활동을 해서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사은에 보답하여 나날이 새 세상을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셋째는 밤 시간인데 참회 반성 시간으로 정하여 하루동안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남을 해친 일이 있는가 없는가 반성하여 나날이 새 생활을 개척해가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나는 이 공들임이 결코 올 한 해의 실천으로 큰 결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것도 역시 쉬지 않고 오래오래 해야 나타나는 결과임을 잘 안다. 묵묵히 오래오래 법에 맞게 하다보면 이루어질 것임을 알기에 믿고 가는 것이다.

<소예리/교무.릿지필드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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