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에게 사랑이란?

2017-02-16 (목) 김지언/뉴욕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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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가정상담소에서 지난 3년간 일하면서 많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만나왔다. 대부분 언제 처음 상대방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했냐는 질문에 의외로 결혼 전부터 폭력적 성향을 보게 되었다는 답변이 많았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그러한 폭력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본인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는 답변도 많았다.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나를 때리는 이에게도 사랑이라 느껴져 결혼이라는 큰 결정까지도 내리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월은 청소년 데이트 폭력 방지의 달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이, 항상 처음은 서툴다. 하지만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 아이들의 순수한 첫사랑도 그 아이들의 마음과 몸에 평생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안기게 될 수 있다. 청소년기에 겪는 폭력적인 관계는 그들이 나중에 마약 중독이나, 자살의 위험, 더 나아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등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는 연애의 아름다운 면만 보려 하지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않고 있다. 한 연구의 결과로, 과반수가 넘는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본 적이 없다는 답변을 했다.


민감한 시기의 청소년 자녀와 더욱 민감한 이야기인 그들의 연애사를 거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주제일지 안다. 먼저 자녀가 생각하는 ‘사랑’이 어떤 모습인지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꺼내보면 어떨가? 건강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친구로부터, 방송으로부터 보고 들어 배운 것들이다. 부모가 폭력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지켜봐 온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휘두르는 폭력은 생각보다 당연한 걸로 보일 수도 있다.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아이는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하는 모욕적인 말투가 언어폭력이라는 것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모가 혼을 낼까 두려워 데이트 폭력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내가 내 자녀에게 “보여주고”있는 사랑의 정의는 어떠한가? 건강한 사랑인가? 가정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Love is respect! Love shouldn’t hurt! 사랑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사랑은 상처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 가정상담소는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의 피해자를 도울 뿐만 아니라 그 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다. 개인 상담, 부모 교육, 부모 여정 그룹, 싱글맘을 위한 그룹, 직업 교육,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과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는 것도 우리가족의 건강한 사랑관 확립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뉴욕 가정상담소 핫라인 718-460-3800은 24시간 운영된다.

<김지언/뉴욕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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