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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트럼프 바람

2017-02-06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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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을 내걸었다. 이것은 트럼프가 선거 유세 때부터 외치던 그의 방향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어쩔 수 없이 보호무역으로 이어질 것이고, 동맹재편(同盟再編)이 예감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의 지지도 중 최하로서 37%이다. 그는 취임 후 제1성(聲)으로 “미국 물건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러시아와 협조할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만만세를 외친다. 트럼프의 보호주의 직격탄은 우선 중국 일본 한국이 맞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공통 지향점인 공정, 자유, 평등이었는데, 트럼프가 이런 전통적인 미국의 통치체제를 무시하고 국수주의로 나간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가 요동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미국 남부인 조지아와 미시시피 주 일대에 태풍이 강타하여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를 낸 엄청난 재화가 발생하였는데 이 소동으로 국민의 관심이 새 대통령으로부터 태풍 뉴스로 돌려져 트럼프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계 제2차 대전 후 세계의 번영을 선도(先導)한 것은 단연 미국이었다. 공산주의와의 싸움에서도 자유진영의 번영이 곧 최고의 무기였다. 기업들은 자유로이 세계 어느 곳에나 거점을 발견하고 공장을 세웠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샀다. 나라들은 자기에게 맞는 산업으로 제각기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래서 세계 무역도 활발하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은 선(善), 타국은 악(惡)으로 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독선이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공정성과 평등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것이 청교도 이래 미국이 지켜온 기독교 윤리이기도 하다.

부동산으로 거부가 된 억만장자 트럼프 대통령은 세 명의 억만장자와 다섯 명의 대기업 사장출신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하였다. 거대한 회사를 차리는 식이다. 그리고 그는 당당하게 말하였다.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잘 하는 것인지를 국민들은 곧 알게 되고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제발 그 말대로 잘 되기를 바라지만 걱정이 앞선다.

부시 행정부에서 통상(通商)부 장관을 지낸 구티어리즈(Gutierrez) 씨는 거대한 과자 회사 케로그(Kellogg)의 중역으로 있다가 입각(入閣)한 사람인데 이런 말을 남겼다. “회사 운영과 정부 운영은 매우 다릅니다. 정부에서는 사람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가 없습니다. 한 사람을 해고하려면 상하 국회의원 535명의 눈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 중 약 절반은 당신이 실패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자본주의의 무기는 고용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는 해고하고, 반면 마음에 드는 노동자는 보상(報償)한다. 그러나 정부 운영에서는 대통령도 이 무기를 함부로 썼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경쟁’이라는 면에서도 정부와 회사는 아주 다르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경쟁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많은 점수를 딴다.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회사 발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억세게 경쟁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는 주변에 잘 어울리며 협력적으로 일하는 직원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

장사하는 사람과 정부 관리와는 능률(能率)을 해석하는 의미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니 본래 장사꾼인 트럼프 새 대통령이 사람을 어떻게 쓰고, 무엇을 잘 하는 행정이라고 할지 지금으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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