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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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2017-02-04 (토) 민다미/갤러리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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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까지 나와 친구들의 아이들이 어려서 여럿이 함께 식사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유모차에 앉혀놓거나 하이체어에 앉아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조금은 시끄럽고 분주한 분위기의 부페식당에 자주 갔었다.

다른 곳에선 의견충돌이 없던 한 친구는 유독 그곳에선 불만어린 말을 내뱉곤 했다. 늘 같은 레퍼토리로 “회가 이리 싱싱하고 맛있는데 왜 안 먹는지 이해가 안 간다”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울 아버지 고향은 전라도이지만 삭힌 홍어 드시는 걸 본 적이 없어. 그냥 각자 원하는걸 골라먹기 위해 우린 여기에 온 거라구” 라고 변명 없이 억울해하는 꿀 먹은 친구를 대변했다.

그 친구는 “맨하탄에 사는 미국친구들은 여러 나라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나누고 체험하기 때문에 뭐든 잘 먹고 세련된 거야” 말했다. 항상 먹을 때마다 회를 먹지 않는다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는 친구의 입장도 이해되고 좋은 음식을 한번 먹어보라 권하고 싶지만 곱지 않은 말투로 이야기 하는 친구도 이해가 되었다.


하긴 무엇이든지 어떤 일이든지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겠지만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고 입맛도 취향도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마음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이라도 김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고, 국민 간식이라는 떡볶이도 매운 맛의 조절이 있지 않는 한 모두가 좋아한다고 할 순 없다.

모든 일에 호불호가 있는 것처럼 개개인의 다양함을 존중해주면서 현명한 말과 행동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이 진정한 세련미라고 할 수 있겠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화합이라 생각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처음 맛보게 되는 생소한 음식도, 문화적인 차이점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함께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다름에 대한 충돌이 아니라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신세계에 대한 동경이 더 커지기도 하고 우린 모두 다른 나라에서 이민 온 사람들로 같은 곳에 모여 산다는 친근함은 덤으로 서로를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학시절 인도 친구 집에 초대받아 그동안 맛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맛과 색의 카레를 먹으며 씹지 않고 삼키던 적도 있었고, 태국친구가 데려간 음식점에서 처음 맛보았던 똠양꿍의 화장품 맛 같은 고수를 맛보고 한동안 울렁거림을 경험했고, 일본친구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정식에서 톳 반찬과 계란말이를 맛보며 한국음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우린 모두 다른 나라에서 왔고, 이 땅에서 뿌리내리고 산지 오래되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세함으로 혹은 소수민족으로 나뉠 뿐이다. 하지만 출신국가와 피부색에 따라 인종을 나누며 통계학적인 수의 개념으로 사람을 나눠버린다면 이민국가인 미국에서 이민자로 사는 것이 참으로 고달프겠다 싶다.

얼마 전 미국만을 위한 미국으로 거듭나겠다고 공표하는 이전 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치관을 가진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전세계에서 다른 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난민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자국의 이익보다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함께 힘을 합해 돕는다. 한편으로는 자국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남의 나라로 이민 온 이방인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도 인간적이지 못한 대우를 받는다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것 같다.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심과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좋은 점은 수용하고 잘못된 점은 바꿔나가는 시대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민다미/갤러리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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