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동국 조사관도 헷갈리는 임금기준

2017-02-03 (금) 최희은/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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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지난달 23일 뉴욕한인네일협회의 주최로 노동법 세미나가 열린 코리아빌리지 대동연회장. 롱아일랜드의 한 네일업주가 이날 강사로 초청된 뉴욕주 노동국 조사관에게 직원들의 근무시간 기준에 대해 질문을 하자 장내가 한바탕 술렁였다.

밴을 타고 모든 직원들이 함께 출퇴근을 하는데, 아직 일을 끝내지 못한 직원을, 이미 업무를 마친 나머지 직원들이 기다려야 할 경우, 기다리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타임카드를 기준으로 하는지, 아니면 매장에 머문 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공방이 이어졌다. 뉴욕주 노동국 조사관들의 답변이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매장 안에 있으면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머문 시간까지 근무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처음 답변이었다. 업주의 반박이 이어졌다. 추운날 근무가 끝난 직원들을 매장 밖에서 기다리게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매장 안에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행동의 제약이 발생했느냐 아니냐”가 기준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타임 카드에 퇴근 기록이 찍혀 있더라도, 밴이 없으면 근무 환경을 벗어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으로, 매장에 머무는 시간은 근무 시간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답변은 또 다시 바뀌었다. 기록이 판단의 근거이기 때문에 타임카드에 찍힌 시간까지 임금을 지급하면 되며 이 기준은 타임카드를 찍은 후 직원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적용된다고 조사관은 최종 답변을 정리했다.

최저 임금인상과 환기시설 설치 의무화 규정, 노동환경 단속 등 예전과 달리 팍팍해진 영업 환경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업주들 중 일부는 이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한 네일업주는 “이것도 믿을 수 있는 것이냐,, 말이 이렇게 바뀌면 어쩌자는 거냐”며 한숨을 쉬었다.

주정부가 노동자를 위한 더 나은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정을 발표하고 단속에 나선다지만 규정의 세부기준을 두고 조사관들 조차 혼란이 일 정도면, 단속의 정당성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다.

답변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단속인지, 그저 단속을 위한 단속인지 듣는 사람들의 혼란도 가중된다. 조사관들조차 기준을 두고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다면, 주정부의 단속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 범법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최희은/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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