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다음 달까지만 목회를 하시고 사임하신다는 소식이 공식적인 이메일로 전해졌다. 깜짝 놀랐다. 아니 무슨 일이?
25년 넘게 다니던 교회에서 우리가 참석하던 아침예배 교인이 두 세 가정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5년 전에 이 교회로 와 푸근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던 터였다. 매주 성실히 교회를 다녔지만 교회 일에는 세세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나는 눈치를 못챘다고 하더라도 이 교회를 수 십년 다닌 교인들도 목사님 사임 소식에 놀라고들 있었다.
사임을 하신다는데 처음에는 왜 ‘정말인가?’ 하는 마음이 들었을까. 이메일에는 목사님이 오래 전부터 꿈꿔온 선교지 교육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하셨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한인교회를 둘러싸고 공공연히 벌어지는 온갖 웃지못할 사건들, ‘오케이 목장의 결투’라는 목사님과 장로님과의 결투, 교인들간에 도토리 키재기, 예수님 사랑을 내세운 불의와 모함, 하나님의 의를 실현한다는 권력다툼의 사태를 하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목사님께서 가끔 선교지를 방문하시던 생각이 났다. 다녀 오시면 선교지에서의 일들을 신나게 말씀하시던 생각도 났다. 그렇구나. 그저 선교지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헌금을 모아 보내는 정도가 아니라 목사님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 선교 사업을 하시려는 것이구나.
갑자기 목사님이 부러워졌다. 어쩌면 은퇴준비도 미리 생각해두어야 할 나이에, 아직 너무 늙기 전에 자신의 꿈을 용감하게 실행에 옮기신 것이다. 젊은 나이의 열정으로 뛰어 드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가르쳤던 지식과 미국에서의 목회를 통해 얻은 충분한 경험과 안목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 부터 쌓아진 지혜를 이제 발휘하시는 것이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던가?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 전에 사라지고 이젠 아예 망각해 버렸다. 꼭 해야되는 일, 안하면 안돼는 일에 하루하루 매달려 살아온 내가 처량해진다. 소식을 들은 다음 주 목사님에게 “부러워요.” 라고 말했었다.
드디어 지난 일요일에 마지막 예배를 봤다. 목사님 사임 소식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두 가지, 즉 ‘불치의 병에 걸렸나 아니면 교회 분란인가’ 였다고 하셨다. 웨스트체스터 연합 교회에서 17년 7개월이라는 세월을 지낼 수 있었던 공을 모두 부인에게 돌리 실 때 목사님의 목이 메이시는 듯 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명예롭게 은퇴하는 목사님도 드믄 이 때에, 목회자의 자리를 자신있게 당당하게 사임하시는 우리 목사님이 멋있게 보인다. 대부분이 자기만의 안이를 채우기에 연연하다가 은퇴 후에는 시간 떼우기에 골돌하는 이 시대에, 오랜 꿈을 이루어가는 보람으로 살아가실 이태준 목사님이 정말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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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려/웨체스터 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