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 컨설팅

2016-12-03 (토)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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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 하이티에 선교를 위해 나이든 뉴욕 실버회원들 27명이 다녀왔다. 하이티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난한 나라, 자연재해 때문에 나날이 피폐해 가는 불쌍한 나라다. 하루에 한끼를 먹고 사는 사람이 인구의 반이 되니... 오직해서 흙으로 만든 과자를 먹겠는가? 저들에게 첫째는 복음이요, 다음은 작은 사랑의 실천이다.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다시 하나님께 이 풍요한 미국에서 살게 된 것에 감사를 드렸다.

하이티 같은 나라가 점점 더 살기 좋아져야 하는데 왜 갈수록 힘이 더 들까? 이는 지도자들을 잘못 만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현지에 가서 들은 말인데 이 나라에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고 했다. 지난 해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과반을 얻지 못해 대통령 없이 한 해를 지나왔다는 것이다. 그때도 대통령 출마자는 54명이었단다. 이번에도 27명이 출마를 했으나 진정한 일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주일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기도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지도자나 일꾼이 정 없다면 차라리 정치 컨설턴트를 초대해서 나라의 정치를 맡기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교육에서 재정과 통치 내지는 개발에 좋은 경험과 지식이 있는 자들의 고견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자기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의 발전과 바르게 사회를 구성해가는 힘을 전문가로부터 지식을 빌리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 바둑계에서 알파고의 프로그램 앞에 고수가 대국하여 참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했고, 배웠는가? 지혜로운 한 사람의 생각보다는 미련한 열 사람이 더 낫다고 하지 않았나. 부족하면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리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해본 것이다. 오직해서 그런 생각에 이르렀을까? 내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대하여 후회하거나 부끄럽게 생각되지 않았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왔다. 내가 미국에 와 공부하기 위해 학자금을 마련하고자 공장에서 일을 할 때, 미국사람이 나에게 “너는 왜 한국에서 안 살고 미국에 왔느냐?”고 물었다. 나도 “너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질문했다. 그가 영국에서 왔다고 해서 너는 미국에 이민을 왔지만 나는 나의 사촌집에 다니러 왔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요사이 한국의 돌아가는 모습에서 정치적 후진성을 본다. 이는 여야를 떠나 모두 같아보였다. 애국자는 커녕, 백성을 돌아보는 자도 없어 보인다. 다 당파나 자신의 영욕을 위해 일하고 있을 뿐이다. 이조시대가 당파싸움으로 망하여 갔는데 이들에게는 과거의 거울이 보이지 않는가? 차라리 그럴 바에야 우리나라도 정치 컨설턴트에 맡기면 어떨까하는 망상을 가져본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좀 부유한 것 외에 하이티보다 더 나은 것이 뭐 있는가? 이 시대의 잘못된 책임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도 있다고 본다.

우리 자신부터 회개하고 내일을 위해 더 깊은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과 내 조국 한국을 위하여 진실한 기도가 있어야 하겠다. 새로운 내일은 분명 우리 앞에 열릴 것이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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