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인장이 속삭속삭…반려식물이 위로해주네”

2016-1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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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한자리서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 상처받은 마음 힐링 위해 식물 키우기 관심

▶ 초보자는 선인장 등 다육식물부터 시작을

“선인장이 속삭속삭…반려식물이 위로해주네”

양팔 벌린 모습이 듬직한 상남자 같은 선인장 용신목

스트레스에 쩔고 짜증만땅인 요즘, 누구에게 위로 받고 싶어 반려동물에 눈길이 가지만 제대로 돌볼 자신이 없다면 반려식물에 관심을 가져보자. 언제나 말없이 들어주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평온해지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그런 넉넉한 마음이 자리하게 된다. 반려식물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반려동물 못지 않은 반려식물
사람들 사이에서 식물을 대하는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동물이 애완의 대상에서 반려의 존재로 승격된 것처럼, 식물도 관상의 대상에서 반려의 존재로 그 지위와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식물에 대한 갈구가 높아지면서 집안을 정원이나 숲처럼 꾸미는 플랜테리어(플랜트+인테리어)가 각광받고, 핫 플레이스의 카페들은 가드닝을 콘셉트로 삼는 게대유행이지만, 반려식물은 차원이 다른 변화다.

이제껏 식물은 습도 조절이나 전자파 차단을 위한 또는 산소와 피톤치드를 한껏 흡입하기 위한 기능적 대상이었다. 하지만 심리적, 정서적 애착의 대상으로 식물을 키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기 시작했다.


한인사회의 경우 그동안 식물 키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주로 중장년층 주부들이었다. 따먹을 수 있는 채소 위주의 실용적인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새는 젊은 세대, 특히 혼자 사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힐링의 방편으로 식물 키우기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졌다.

대부분 기업체 주문, 중년 세대의창업 축하용에서 젊은이들이 서로 주고 받는 선물로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선인장, 척박한 환경 이겨낼게
처음 반려식물에 관심을 가지는사람이라면 다육식물, 그 중에서도 선인장을 추천할 만하다. 체내 수분이 많은 다육식물은 ‘다육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 받아 왔지만, 선인장은 다종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자랑하며 최근 컬렉터까지 양산할정도로 핫하다. 예상 밖의 형태, 특이한 모양이 많아 골라 키우는 재미가있고, 온갖 소품들과 어울려 꾸미는즐거움까지 주기 때문이다. 실제 반려식물의 대세는 전 세계적으로도 선인장이 으뜸이다.

숨막히는 회색도시의 불황 속에서 강인하게 솟아난 선인장의 가시를 보는 일은 실로 적잖은 위안을 준다. 하지만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육식물이 전반적으로 키우기 쉽지만, 선인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쉬운 축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화분을 선물로 많이하는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반갑지 않은 선물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선인장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나도록 진화한 식물이라 그런 부담이적고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물을 주면 어디서든지 잘 자란다”고 말한다.

선인장은 수명도 150~300년에 이르러 지금 내가 잘 키우기만 하면 증손주는 물론 5대손까지도 물려줄 수 있다. 후손을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도 일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반려자라는 진득한 감정이 생겨난다.

선인장을 꾸미는 재미도 만만찮다.


젊은이들의 반려식물에는 위트가 넘친다. 양팔 벌린 선인장 ‘용신목’은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듬직하게 현관문을 지키는 게 꼭“ 여보, 나 왔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둥글고 뾰족한 선인장마다 작은 피규어들을 얹어 하나의 세계,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서사공간으로 꾸밀 수도 있다.

▶반려식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반려동물보다 손이 적게 가고, 돈도 적게 드는 것이 반려식물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반려식물’에 푹 빠진 한 한인은 “내가 공들이는 만큼 보답을 해준다”라고 말한다.“ 반려식물 자체가 힐링이죠. 사람들한테는 배신 당해도 식물들한테는 배신당하는 일이 없거든요.” 그는 또“ 식물은 모션은 없지만 일교차나 물주기에 따라서 잎장 크기나 색감이 달라진다”며“ 그런 변화를 보면서 살아있다고, 저와 소통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등 20여개의 반려식물을 키우는 또 다른 한인도 “식물이지만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감정도 공유한다”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식물들이 서로 질투를 하는 것처럼 느낄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식물 주의할 점도
반려식물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아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지만, 반려식물의 죽음 역시 애달프고 가슴아리다. 더욱이 식물은 어디가 아픈지 알기도 어렵고, 안고 뛰어갈 병원도 없다. 게다가 키우는 사람의 잘못으로 죽는 경우가 많아 죄책감도 크다. 그냥 죽어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반려식물의 죽음을 겪은 한인은 “반려식물을 키울 때는내가 이 아이를 꼭 잘 돌보고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너무 식물 키우는 걸 쉽게들 생각하시든 것 같아요. 초심자 대부분이 ‘잘 안 죽는 거 주세요’ 하고 식물을 고르는데, 그런 마음으로 산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선인장이 속삭속삭…반려식물이 위로해주네”

앙즘맞은 선인장에 올라타 있는 마이크로 피규어들


“선인장이 속삭속삭…반려식물이 위로해주네”

하월시아 종 선인장.


“선인장이 속삭속삭…반려식물이 위로해주네”

반려식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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