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까도까도 끝없는 양파껍질

2016-11-23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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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에 떠오른 후 한국은 눈만 뜨면 연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문고리 3인방에 얽힌 온갖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하나 마치 양파껍데기 벗기듯 벗겨지고 있다.

최순실과 언니 최순득이 다니던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 행해진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하나하나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병원은 노화방지, 피부이식 등 각종 피부관리 및 피로회복, 면역강화 등을 치료하는 곳으로 이곳을 드나들려면 적어도 일인당 연 회비 1억5,00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재벌가나 유력 정치인들이 아니면 이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치료제중 상당부분이 아직 국내에서는 임상실험이 되지 않은 것도 있어 국내에서 법에 저촉되는 항목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시술이나 치료를 받고 돌아온다고 한다. 그 항목은 요즘 언론에 계속 회자되고 있는 면역강화 및 영양제로 태반주사, 마늘주사, 감초주사 같은 것들이다.


얼마전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이 일본 차병원으로 건너가서 면역세포 시술을 받고 돌아온 것도 그런 예 중의 하나다. 면역세포 주사는 자신의 피를 빼서 세포를 배양해 줄기세포를 이용, 내 몸에 다시 주입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또 오늘은 청와대에 영양 주사제 등이 2,000만원 어치 반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측은 이 약품이 경호원과 전 청와대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구매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감기약정도만 들여왔던 전대와 다른 것이어서 누구에게 쓰여졌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에서 최순실과 최순득이 대리처방을 받았다는데 대체 누구를 위해 무슨 내용으로 받았는지 이 또한 연일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혹 지난 세월호 사건때 묘연했던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찾아내는데 무슨 결정적 근거가 나오지 않을까 언론은 연일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느라 혈안이다.

또 연관된 병원과 의료진들이 이를 통해 무슨 혜택을 받았는지도 낱낱이 캐고 있다. 최순실은 청와대를 마치 제집처럼 드나들며 비서진을 자신의 비서인양, 마음대로 부리면서 대통령의 고위직 임명, 남북한 문제,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연설문 개입 등 국정 농단도 모자라 자기 딸 정유라를 위해 교육계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전횡을 저질렀다.
그 때문에 최순실의 놀음에 놀아나 대학의 품격을 땅바닥으로 떨어트린 이화여대 관련 교수 및 물러난 최경희 총장은 검찰조사의 칼날 앞에 서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최순실은 스포츠계에서도 자기 맘에 안 드는 선수는 아무리 유능한 선수라도 내친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 국격을 크게 올린 피겨여왕 김연아가 평소 반 박근혜 성향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정부에서 만든 재단 ‘늘폼 체조’ 기념식에 참석해달라는 최순실의 실세 차은택의 요구를 거절한 때문인지 나이를 이유로 이번에 체육계의 유명 선수 이름 명단에서 빠졌다고 한다. 또 세계적인 수영선수 박태환도 최순실의 입김으로 임명된 김 종 전 체육부차관으로부터 올림픽 참가 거부 요구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벗겨진 양파의 껍질은 아직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한다. 대체 최순실의 검은 손길의 종점은 어디인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검찰은 이의 모든 주범을 대통령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으로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야당은 모두 힘을 모아 대통령 탄핵결의안에 합의했다. 벗겨도 벗겨도 끝이 없는 이 최순실 게이트에 얽힌 비밀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러면 대통령에 얽힌 진실여부도 분명 가려질 것이다. 내일은 또 무슨 기막힌 비밀이 벗겨질지 매일 아침 눈뜨기가 두렵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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