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벽과 울타리 정책

2016-11-16 (수) 여주영/ 주필
크게 작게
지금 한국은 온통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앞이 안 보이는 혼미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정치에 의한 결과로 참다못한 시민 1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 하야’ ‘박근혜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지금 미국도 도널드 프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46개 지역에서 “나는 트럼프를 원치 않는다”며 트럼프 반대시위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을 거부하는 이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또 하루를 살면 된다.”고 자조 섞인 말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도 성조기를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백인중심의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데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아 미국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백인들은 “이제 흑인생명은 소중하지 않다. 히잡과 스카프를 벗어라” 외치면서 그들의 민낯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원과 화장실, 그리고 건물 담장 곳곳에 “너희나라로 돌아가라”는 문구가 도배를 하기 시작, 소수계와 유색인종은 너 나 없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인종과 피부색을 떠나 누구나 동등하게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취지로 한 미국의 가치와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백인들도 처음에는 소수민족에 불과한 이방인이었다. 만약 백인이 인디언들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트럼프는 대선 내내 막말과 욕설, 비방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현실에 불만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임중에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국정을 수행한다면 언젠가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리가 있고 정의가 있고 의의가 있는 것인데 트럼프는 과연 트럼프를 위한 미국을 이끌 것인가, 미국을 위한 트럼프가 될 것인가 지켜 볼 일이다.

미국의 상당수 지식인들은 막말 사업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앞으로의 트럼프 행보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아메리칸 대학 역사학과 엘렌 리트먼 교수는 “공화당내에서도 트럼프 통제가 불가능해 트럼프를 원치 않게 되어 탄핵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행정부 요직에 자신의 딸, 사위, 아들을 등용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언론에서도 트럼프 시대는 그의 자녀들과 사위가 설계한 것, 즉 트럼프 가족이 장악한 상태라고 언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는 성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대선 때와 같이 막말, 선동정치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온 힘과 정성을 쏟아 붓는 정치라야 한다. 반대하는 국민들을 보듬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 장벽과 울타리 정책으로는 미국의 번영을 꾀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미전체가 연방정책으로 함께 발전을 모색하려고 하는데 이를 반대하면서 오히려 담장을 쌓겠다고 나오고 있다. 캐나다국경을 막고 멕시코에 담장을 쌓아서는 전세계 인종을 포용해야 하는 미국의 위대한 가치가 보존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0일 의회가 무슬림 입국을 금지 요청할 것인가 묻는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일단 쏟아놓고 보는 그의 막말보다는 다소 진보된 태도이다. 국정수행에서도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 본다.

이번 대선에는 소수인종을 혐오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실리를 추구하는 유대인들이 트럼프를 찍었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저학력, 저소득 노동자들이 트럼프에 몰표를 던졌다. 미네소타대학 에니드 로번 교수는 이번 트럼프의 승리는 백인우월주의자의 시각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사회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위대한 미국의 앞날은 이제 트럼프의 정치행보가 어디로 가느냐에 달렸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