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6년 미 대선 결과를 보고

2016-11-14 (월) 강화인 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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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남성 노동자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이번 트럼프의 후원세력이었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다. 그들의 자존심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 80년대 금융경제로의 전환과 그로인한 2008 금융위기를 맞이하고 삼차 산업혁명으로 불리우는 디지탈 세계로 들어가면서 타격을 입고 자신의 정체성 조차 불안해진 그룹이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미국의 주류를 이루는 백인남성노동자 그룹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그들의 투표 뒤에는 투표를 한 당사자가 대단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상대방 후보를 미워하는 이유로 투표를 했다는 것이 특징인데 이것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첫째는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 대다수가 여성이 남성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 둘째는 locker room talk라 말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에 대하여도 클린턴 지지자들은 몹시도 신경이 거슬리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남자들이 할수 있는 농담이었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생각하면서 그 이유로 본인의 트럼프 지지를 철퇴하지 않는다는 점, 세 번째 이유는 아마도 가장 어필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미국은 자신의 삶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곳이어야지 세계의 지도자의 역할을 한다든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발판으로 이룩된 나라의 모습을 보면 정치와 경제 영역이 서로 나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해서 정치는 경제가 번영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며 경제는 그 보답으로 정치인을 만들어주고 후원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에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못하고 있다면 경제인은 정치인을 후원할 이유를 잃고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나오는 돼지처럼 행동하게 된다.

여기서 다른 동물들은 자기를 학대하는 인간보다는 같은 동물을 자기의 지도자로 세워 따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돼지를 그들의 리더로 따르는데 알다시피 정작 인간을 내쫒고 리더의 자리에 선 돼지가 갑자기 인간 흉내를 내면서 두 발로 서서 뛰뚱대며 “두 발은 좋고 네 발은 나쁘다”를 외치기 시작한다.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경제인이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정치인을 향해 혁명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두 발로 뛰뚱대며 정치인 노릇을 할 것이며 이판사판 부패한 인간 정치에 혐오를 느낀 같은 부류들과 함께 이 나라에 울타리를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강화인 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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