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의란 무엇인가’(5강-중요한 것은 동기다)

2016-11-12 (토)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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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강의하는데 7000명의 하버드 대학생 중 1000 여명이 등록을 한다고 한다.

내가 자랄 때는 철학을 전공하는 삼촌 덕분에 집에 철학책이 많이 나뒹굴었는데 어린 나는 제목만 쳐다보았지 읽을 줄을 몰랐다. 그 뒤로도 철학책이란 내게 거리가 먼 것이었는데 이번에 정치철학을 가르친다는 유명한 하버드 교수 마이클 샌델 (한국에 4번 다녀왔다고 함)의 책은 그런 내게 철학에 대한 흥미를 좀 일으켜주었다. 시간이 없는 교사 몇몇은 10강의를 한 두 강의씩 나누어서 맡아 발표한 적이 있다. 내가 발표한 내용의 일부를 이곳에 올린다.

정의란 무엇인가? (5강-중요한 것은 동기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5강의에서 마이클 샌델은 이마누엘 칸트의 이론을 소개한다.
칸트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는데 현대의 인권개념을 예고한 것이 아니라 정의와 도덕을 자유와 연관시켰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을 목적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도구로 보는 욕구충족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


칸트는 사회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도 거부한다. 소득과 부의 공정한 분배를 규제하지 않는 시장에서 재화와 용역의 자유로운 교환을 하는 자유지상주의나 또 재화를 분배해 미덕을 포상하고 장려하여 도덕적으로 받아야 할 몫을 나누는 것도 거부한다.

칸트가 말하는 자유란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때 자율적 행동은 목적이 된다.

사회는 결과를 주시하는데 칸트가 말하는 정의는 결과보다는 동기를 중요시한다. 정직한 것이 나에게 이득을 가져온다는 계산 아래서 내가 정직하다면 이는 타산적이다. 마음이 끌려서 하는 일도 크게 칭찬받을 선은 아니다.

타인을 도울 때 동정심에서 우러나서 돕고 그 결과로 나에게 기쁨이 와서 돕는다면 도덕적 가치가 떨어진다. 칸트는 의무동기만이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이타주의는 불행히도 어느 날 인류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려, 연민과 동정이 메마른 인간 혐오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 자신의 무관심을 떨쳐내고 다른 사람을 순수한 의무에서라도 돕기 시작한다면 비로소 도덕적 가치를 지닌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선행의 동기가 그 행동이 옳기 때문이라야지, 쾌락을 주기 때문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할 때 이 일을 하면 이러저러한 결과가 따라와 나에게 득이 되는 일을 취하지 말고 단순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정의가 된다.

칸트는 아예 성경에서 나오는 황금률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에까지 이의를 제기한다. 남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 내가 잘 대접받기 위함이라면 남에게 잘해주는 것이 완전히 정의로운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순수 실천 이성'을 따라야한다.자유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끌림보다는 의무를, 타율보다는 자율을, 가언명령보다는 정언명령을

감각적 영역보다는 지적 영역을 따라야한다.
칸트는 거짓말을 단호히 거부한다. 선의의 거짓말조차도. 칸트는 아리스토텔레스나 밴담, 밀과는 달리 정치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저술을 남기지 않았지만 합법정부의 계약은 이성이라는 관념이 있어 실제 현실성이 담겨있다고 보았다.
단지 이 계약이 어떤 모양새여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는데 그에 답한 것은 미국의 정치 철학자 존 롤스이다.

<정정숙전직 공립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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