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탈(虛脫)

2016-11-05 (토) 방준재/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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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엄청 춥다. 갑자기 엄습한 겨울날씨 탓도 있지만 기(氣)가 빠지고 사지에 힘이 빠져버린 탓이다. 속이 텅 빈 듯하고 정신까지도 멍해져 버린 탓도 있다. 지난 대통령의 사과문발표 후 밀려온 허탈감이 주원인이라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측근인물 소문은 항상 있어 왔다. 이민 온지 꽤 되는 내 귀에도 들릴 지경이면 그동안 측근이나 정치동지들은 실질적인 상황을 접하거나 목격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난 3년반의 치적은 그만두더라도 정권이 표방했던 그 가치와 이념이 깡그리 무너지는 이 허탈감을 어찌하나. 그 가치와 이념이란 보수(保守)다. 보수란 아래 다섯 가지를 따르려 하고 지키려고 하는 가치를 암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1.보수는 공조직을 우선한다 2.보수는 청렴결백을 군자의 덕목으로 삼는다 3.보수는 시의에 따라 수시로 변절하지 않는다 4.보수는 상대방을 걸고 넘어지지 않는다 5.보수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보수적 가치는 위선을 싫어한다.

대강 이렇게 다섯 가지를 목표지향하고 너무나 상식적이라 각 방송에 따르는 구체적 설명은 생략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덕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다 시야를 넓혀 정치, 사회적 차원에서의 보수주의란 1973년 창설된 미국 최대 보수연구단체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의 말을 빌려야겠다. 1.자유시장 체제다 2.국가안보(National Defence)다. 이념투쟁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한국이 다시 한 번 새겨볼 말이다.

대통령이 무너져버렸다. 참 아프다. 그러나 태양은 또 떠오르듯 대통령은 쓰러져도 보수가 지향하는 그 가치나 이념은 쓰러질 수 없다. 문제는 그 깃발을 누가 지고 갈 것인가.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를 부르짖으며.

<방준재/ 내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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