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업소 감시하는 ‘빅데이터’옐프

2016-11-04 (금)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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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맛 집 정보 앱, ‘옐프’에 리뷰를 남긴 지인은 최근 뉴욕시 보건국 조사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리뷰 내용을 봤는데, 인터뷰를 좀하자는 내용이었다. 맨하탄의 한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사 먹었는데, 먹고 나서 탈이 났다는 리뷰를 남긴 지, 하루가 지난 뒤였다. 이 지인은 뉴욕시 보건국 관계자가 자신에게 옐프 리뷰를 보고 이메일을 보내왔다는 것도 신기했지만그렇게 신속하게 연락을 취했다는 것에 더 놀랐다고 말했다.

옐프는 빅 데이터를 이용한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이자, 빅 데이터 집합체이다. 빅 데이터란 사진과 글 등 세상의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이세돌 9단에게 승리를 거둔 ‘알파고’도 바로 이 같은 빅 테이터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이다.


옐프는 사진과 리뷰, 리뷰를 남긴 사람의 인종, 성별 등등이 세부적으로 포함돼 있다. 이처럼 거대한 데이터 집합체인 옐프를 정부 기관이 그냥 무시해버릴 리는 없을 것이다. 옐프가 뉴욕시 보건국과 손잡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4년 처음 런칭한 옐프는 이미 2014년 콜럼비아 대학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뉴욕시가 식중독, 배탈, 설사, 구토 등의 단어 또는 그와 연관된 정보들을 찾아내 질병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돕고 있다. 업소 홍보로 고객들을 몰아오던 옐프는 더 이상 업주들의 매상을 올려주는 고마운 앱 만은 아니다. 업소들에 대한 정부 기관의 감시도구로도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국 뿐 아니라 각 부문 정부 기관에서 옐프는 광범위하게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옐프에 1,000개가 넘는 사진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맛집들이 연이어 연방국세청(IRS)으로 부터 조사를 받은 것은 그저 우연의 일치로 볼 순 없을 것이다.

잘못을 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옐프를 단순히 업소를 홍보하는 앱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게 된다.

빅 데이터 분석가, 빅 데이터 구축가, 빅 데이터 운영자 등 빅 데이터 관련 직업은 계속 생겨나고, 수요도 늘고 있다. 그동안 상인들은 옐프를 통해 고객들에게 업소의 정보를 주는 달콤함에 취해있었지만, 이젠 갈수록 쌓여가는 데이터로부터 자유롭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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