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며느리의 늦가을 고민

2016-11-02 (수) 김길홍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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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친정인 한국과 시집인 미국에서 살고 있다. 최근 양쪽 다 대통령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여기에 한 며느리 같은 나와 현지 한인들의 심정을 그려 볼 수 있다.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이 지면에 일찌기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아니다” 란 글을 내어 그녀를 추종하고 지지하는 많은 분들로부터 욕을 얻어먹었다.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은 선견지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평화 협정을 맺으라는 글을 내어 심지어 종북으로 몰고 가는 무리들도 있었다. 난 분명히 종북파도 종남파도 아니다. 단지 조상들이 그려준 삼천리 반도를 사랑하고 식구들이 있는 친정 한국을 사랑할 뿐이다. 그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성경은 “한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라고 했다. 지도자는 누가 뭐래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자라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과 박근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수해를 당해서, 학생들이 물에 빠져 수 백 명이 죽었어도 그는 관심이 없었다.


유품인 지갑에 곱게 쌓아둔 동전, 모든 사람이 꽃다발을 주는데 자기는 줄 것이 없으니 불쑥 내민 어느 소년의 다임(800원) 하나를 간직한 사람, 한 번만 임기를 더 해 달라는 청원을 물리치며 “내가 임기를 한 번 더 하면 민주주의가 안 된다”고 뿌리친 사람,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내가 그의 말고삐라도 잡고 다니겠다”고 하며 대통령으로서 그를 찾아가 2시간 기다려도 나오지 않고 하인이 “그가 잔다”면서 갖은 멸시와 박대를 했다는데 되돌아 선 후 그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 했던 사람, 제주도에서 경성까지 올라오려면 힘들고 관리들이 다칠 수 있다 하여 그렇게 좋아하는 전복을 먹지 않던 사람...

다시 말해서 지도자는 한 인격을 존중하며 다른 사람과 나라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자라야 한다.

한국의 서강대 학생들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이 창피하다고 데모한다는데, 나는 아귀다툼을 하는 미국 대선을 보면서 미국 시민이 된 것이 창피하다. 어떻게 저런 자들이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가? 아니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이 또한 이 나라에 시집 온 며느리의 늦가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김길홍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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